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클레임] 갑질, 망언, 폭언, 폭행, 음주 등 각종 구설수 뒤에는 반성과 책임이 뒤따른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아이돌은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는 작품에서 하차한 후 자숙 시간을 가진다. 시간이 흐른 뒤 사과에 사과를 거듭하고서야 겨우 방송 복귀를 하지만, 반기는 사람 하나 없어 조용히 사라지게 된다. 

‘자격 미달’ 소리를 듣고 있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남긴 거친 언행에 구설수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만약 예상 자숙 기간을 계산해본다고 하면, 쉽게 숫자로 따지지 못할 것이다.

최근 언행만 봐도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지칭해 파행을 일으키고 퇴장을 당했다. 13일 모 라디오 방송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는 신영복’이라 한 말에 대해 “김일성 사상을 자기 사상으로 아는 신영복 사상을 존경한다면 김일성주의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문 전 대통령은 총살감’이라는 과거 발언에 대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거듭되는 막말에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전혀 격이 안 맞는다’며 해임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 그를 감싸고 도는 이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인사조치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하다. 마치 구설수로 자숙의 시간을 가진 문제의 인물을 그의 팬들만 반기는 듯한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이 강성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노동 현장을 잘 아는 분”이라고 옹호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70년대 말 80년대에 실제로 우리 노동현장을 뛴 분이다. 진영과 관계없이 많은 노동운동가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다른 거 고려 않고 현장을 잘 안다고 판단해 인선했다”고 말했다.

정작 노동계에선 김 위원장을 노동계 인사로 보지 않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김문수 위원장이 노동계 인사라면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 앞잡이로 전향한 사람도 독립운동가라고 하고 다니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사노위는 노사 간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이끌어야 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데, 김 위원장을 임명할 때부터 사회적 대화를 잘 이뤄낼 수 있을지 우려가 컸다. 아니나 다를까 화합은커녕 개인의 사상과 견해를 눈치도 안 보고 내뱉고 있다. 더 한탄스러운 건 경사노위와 어울리지 않는 그를 내치고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감싸고 돈다는 것이다. 버틸 경우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하는데, 더욱더 자리를 깔아주는 인사권자의 모습에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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