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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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이 편지 한 장을 받았다. 왕십이(王十二)라는 친구가 보내온 편지였다.

편지에 시 한 수가 적혀 있었다. ‘한야독작유회(寒夜獨酌有懷)’라는 제목의 시였다. ‘추운 밤에 혼자 술을 마시다가 문득 생각나서 보내는 시’였다. 현실을 개탄하고 자신의 불우함에 울분을 느끼며 쓴 글이었다.

이백은 즉시 답장을 보냈다. ‘한야독작유회’에 ‘회답’하는 글이었다. 그래서 ‘답왕십이 한야독작유회(答王十二 寒夜獨酌有懷)’였다.

“술이나 마시며 쓸쓸함을 씻어버리게. 자네처럼 고결한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는 쓰일 수가 없는 것이네. 지금 세상은 투계(鬪鷄) 기술이 뛰어나야 임금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일세. 그게 아니면 오랑캐의 침입을 막아 공이라도 세워야 권력을 잡고 행세할 수 있을 것일세. 물론 자네와 나는 그런 사람 흉내조차 낼 재간이 없지 않은가. 우리는 단지 시나 쓸 뿐일세.”

이백은 마지막 문장을 “세상은 우리들이 아무리 좋은 시를 쓰더라도 알아주지 않는 것”이라며 ‘유여동풍사마이(有如東風射馬耳)’라고 썼다. ‘봄바람 맞은 말의 귀 같다’고 한 것이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작년 말 현재 전국의 도로 길이는 11만3405km라고 했다. 지구를 2.8바퀴 감을 수 있는 ‘엄청’ 긴 도로다. ‘1차로’로 환산하면 27만4339km나 된다고 했다.

그 도로에도 구분이 있었다. ▲고속국도 ▲일반국도 ▲특별·광역시도 ▲지방도 ▲시도 ▲군도 ▲구도 등이었다.

그러고도 길은 더 있다. 많다. 골목길, 시골길이 있고, 논두렁길과 밭두렁길도 있다. 철마가 누비는 철도도 있다. 자전거길도 있다.

땅 속에는 서민들이 애용하는 ‘지하철길’이 있다. 하늘에도 물론 있다. 비행기가 다니는 ‘하늘길’이다.

이렇게 길이 다양한데, 없는 길이 있다. 또는 부족한 길이 있다. ‘말길’, ‘언로(言路)’다.

정치판의 ‘말길’이 특히 그렇다. 이번 국정감사만 봐도 그랬다.

정치판은 소통이라는 것은 아예 ‘거부’한 채 오로지 ‘설전(舌戰)’이었다. 상대 당이 뭐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마이동풍’이었다. ‘말길’을 차단하고 있었다.

‘소통’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불통’뿐이었다. 과거 전직 대통령의 ‘별명’인 ‘안통하네뜨’를 떠올릴 정도였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원래 그런 곳이라 국민이 무관심하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먹통’이 주말 동안 국민을 황당하게 만들고 있었다. ‘카카오톡’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메시지 전송이 막히는 바람에 다른 메시지 ‘어플’을 이용하거나 전화로 연락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자영업자는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의 오류로 예약, 결제 등에 차질을 빚어 주말 장사를 망치고 있었다. 카카오T 앱이 서비스하는 택시, 렌터카, 대리 등의 주요 서비스와 지도 서비스 ‘카카오맵’도 먹통이 되면서 이용자들이 애를 먹었다고 했다. 금융서비스도 막히고 있었다. 재발되면 곤란할 ‘카톡 사태’였다.

그래도 먹통은 고쳐서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판의 불통은 좀처럼 소통될 수 없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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