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올해 최고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봄날의 햇살’. 우영우는 언제나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고 배려해준 동료 변호사 최수연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라고.
이 장면이 방영된 이후 많은 이들은 ‘나도 봄날의 햇살이 되겠다’, ‘햇살이 어렵다면 해라도 되겠다’ 등 따뜻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분명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우영우’를 보며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대한 기대감도 비쳤지만, 봄날의 햇살은 TV 밖으로까지 닿지 못했다.
20일 오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가 ‘변호사시험에서 장애인응시자 시험장 선택권 제한 차별행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적힌 서류를 들고 인권위 앞에 모였다. 말 그대로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는 장애인의 시험장을 확대해 선택권을 보장해달라는 진정이다.
변호사시험은 하루의 휴식일을 포함해 총 5일 동안 진행된다. 때문에 컨디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비장애인 응시자는 지난 2020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된 전국 대학 시험장 25곳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자신이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학교를 선택하면 우선 배정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익숙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반면 장애인 응시자는 법무부가 지정하는 일부 시험장에서만 시험을 치를 수 있다. 그나마 올해는 2곳으로 늘어났지만 이마저도 모두 서울에 있어 지방에 거주 중인 장애인들은 장거리 이동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진행 중이다. 일부 시민들의 차가운 눈초리에도 전장연 회원들은 ‘제40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변한 것은 없다. 고장난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언제 정상 작동될지 모른다. 시위에도, 투쟁에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여전히 안 되고 있는데, 변호사 시험이 치러지는 당일엔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을까. 거리로 나와 버스나 기차를 타러가는 과정에서부터 불편한 요소들이 쏟아질 것이다.
아직까지 ‘인력 운용에는 한계가 있어 장애인 응시 시험장을 전면 확대하기 어렵다’는 법무부의 입장도 이해되나, 법무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관련한 문제가 생겼을 때 시정명령을 해야 하는 부처다. 그런 부처가 갖가지 이유를 대며 차별을 행하는 건 스스로 먹칠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정당한 편의제공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함이 옳다. 인권위에서는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한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세상의 많은 장애인들에게 ‘봄날의 햇살’을 안기며 차별 없이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