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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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태종 임금이 세종대왕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上王)으로 물러앉은 1418년의 10월 27일이었다.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그해의 첫눈이었다.

태종은 측근 최유(崔游)를 보내 노상왕(老上王)인 정종 임금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건강에 좋다는 ‘약이(藥餌)’를 바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물상자를 열어보니 약이는커녕, 엉뚱하게 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정종이 사람을 시켜 선물을 가지고온 최유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도망치는 게 더 빨랐다. 놓치고 말았다.

당시에는 첫눈을 선물로 보내면 받은 사람이 한턱을 내도록 되어 있었다. 이를 눈치 채고 ‘눈 심부름’ 온 사람을 붙잡으면, 보낸 사람이 거꾸로 한턱을 내도록 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전직 임금님’ 태종이 ‘전전직 임금님’ 정종에게 ‘눈싸움’을 걸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현직’으로 나랏일에 신경 써야 하는 세종대왕은 ‘눈 장난’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런 세종대왕에게 이원(李原)과 변계량(卞季良) 등 신하들이 ‘첫눈 축하’를 하고 있었다.

“올 겨울에는 천둥과 지진이 있었는데 무슨 축하란 말이오.”

신하들은 그래도 축하를 거두지 않았다.

“임금께서 이미 하늘의 재앙을 두려워한 바 있기 때문에, 하늘이 오늘 ‘상서로운 눈’을 내려준 것입니다.”

조선 말, 고종 때에도 그 ‘상서로운 눈’이 펄펄 날리고 있었다. 고종 임금은 그 눈을 바라보며 시를 읊고 있었다.

“서설이 백성에게 풍년을 내려주었으면(瑞雪民豊殖)/ 백성이 먹어야 나 역시 먹을 수 있는 것(民食吾亦食)/ 날씨까지 차가워졌는데(又此隆寒時)/ 가난한 자들은 옷이라도 제대로 입고 있을까(貧者何以衣).”

고종이 읊은 ‘서설’의 ‘서(瑞)’는 ‘상서롭다’는 뜻이다. 가난한 백성을 생각하면 그 ‘상서로운 눈’이 상서로울 수는 별로 없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2022년 12월 15일, 서울에 함박눈이 내렸다. 첫눈이 내렸다는 기상청 발표는 벌써 있었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사실상 첫눈이었다. 제법 쌓여야 눈처럼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 생각이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제를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고 밝히고 있었다.

또, “3대 개혁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아주 필수적인 것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임기 후’의 ‘미래 세대’까지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평가는 엇갈리고 있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소통, 약속,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면서 “역대 어느 정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개혁의 의지도 재천명했다”고 논평하고 있었다.

반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 정부 탓으로 시작해서 ‘윤비어천가’로 끝난 국정 홍보 쇼”였다며 “진정한 소통은 없었다”고 혹평하고 있었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도 “껍데기뿐인 전시용 행사”라며 “대한민국 국민, 노동자를 지킬 개혁안을 만드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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