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스클레임] 

환자를 옆에두고, 선배간호사는 눈빛으로 후배 간호사를 갈군다. 후배는 이제 막 간호사로 첫발을 뗐다. 간호학과 시절 실습에서나 경험했던 현장이 일상이니, 매일 긴장의 연속이다. 당연히 모든 게 서툴다. 때론 환자들도 "잘못 걸렸다"며 서툰 손놀림에 장단을 맞춰 어떻게해서든 초보간호사가 제대로 자신들을 케어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 사실 이런 환자는 10명 중 1명 있을까 말까다. 대다수는 초보간호사 면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정맥을 잡는다며 주삿바늘을 여러번 찔렀다 빼는 경우엔 욕설도 예사다.

환자 케어에 불편함이 보이면 여지없이 집합(?)이다. 그도 아니면 회의시간 눈물이 쏙빠지게 혼이 난다. 회초리로 때리지 않을 뿐, 마음엔 시퍼런 멍이 든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으로 있는 일이다. 바로 위선배가 가장무섭다. 연장의 연장근무가 계속되고, 무시와 괄시의 괴롭힘이 시작된다.

태움(간호사 직장내 괴롭힘)이다.

태움을 경험한 전직 간호사 문수정(가명)씨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다. 일명 빅5 중 한 곳이었다.

문 씨는 그 곳에 10년간 간호사 생활을 했다. 1년차에서부터 5년차 때까지 가장 많은 괴롭힘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 이후엔 각자도생. 살아남지 못하면 포기해야한다.

지금 문 씨는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한다. 간호사 시절은 더 생각하기 싫다고 했다. 생각하면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필라테스가 이젠 직업이 됐다고 했다.

잦은 따돌림에 혼자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사실 문 씨의 이 같은 증언이 없더라도 병원 내 간호사들 간 괴롭힘은 늘 있다.

병원에 잠깐 입원해 있을 때, 나 또한 태움을 목격한 적이 있다.

긴장한 채 두 손을 꼭 쥐고, 선배간호사가 찍어 누르듯 하는 소리를 겁먹은 채 듣다가 결국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던 어느 초보 간호사를 본 적 있다.

늘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늘 수면 부족 상태의 간호사들도 많이 봤다. 간혹 원 내에서 매우 똑부러지게 행동하는 선배 간호사 중 맏언니격의 선배가 그들의 등을 두드려주고, 도와주는 광경도 아주 또렷이 기억난다.

보통 초보 간호사들은 환자에 매우 친절하다. 환자의 물음에 일일이 대꾸해주며, 최선을 다한다.

다만 간호사로서 꼭 잘해야 하는 것들엔 좀 서툴다. 특히 혈관을 잡고 주사하는 일은 서너번의 실수는 기본이다. 이 외 초보간호사가 하루 중 실수해서 감내해야할 일은 수십가지도 넘는다.

당연히 선배간호사들은 초보들이 거슬릴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당한대로 그대로 괴롭힘을 돌려준다.

환자인 나도 옆에서 보기 민망했던 선배간호사의 면박주기와 눈으로 째려보기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섭다.

한참  그렇게 태움을 당한 초보간호사는 매일 똑같은 일상으로 수년을 살아야 한다. 물론 모든 병원 내 간호사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3분 안에 할일을 10분 넘게 붙잡고 있는 이유는 초보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시쳇말로 태어날 때부터 잘한 이가 어디있겠는가. 병원이 전쟁터여서야, 누군들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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