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오성과 한음 이야기’로 유명한 이항복(李恒福·1556∼1618)은 왜란 때 병조판서로 국난을 극복하는 데 앞장섰다. 그 공로로 오성부원군에 올랐다. 그래서 ‘오성대감’이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어전회의’를 앞두고 있었다. 이항복은 회의 참석 준비를 하는 도원수 권율(權慄) 장군에게 권했다. 권율은 이항복의 장인이다.
“오늘은 갑옷을 입고 출석하는 어전회의인데, 너무 더우니 속옷만 입은 채 갑옷을 걸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럴 듯한 아이디어였다. 권율은 그대로 했다. 그런데 회의 도중 이항복이 느닷없이 임금에게 건의했다.
“오늘은 너무 더우니 상의를 벗고 회의를 하고 싶습니다.”
선조 임금이 허락했다.
갑옷을 벗은 권율은 속옷을 그대로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어전회의는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이항복은 한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전란 중에도 모두 비단옷을 입고 있지만 도원수께서는 관복과 갑옷 외에는 마땅히 입을 옷이 없습니다.”
이항복은 왜란이 일어난 와중에도 사치를 일삼는 일부 고위 관리들을 이렇게 비판한 것이다.
광해군 임금 때였다.
금부에서 ‘이춘복’이라는 죄인을 체포하러 갔다가 놓치고 ‘이원복’이라는 이름 비슷한 사람을 끌고 와서 국문하려고 했다.
이항복이 한마디를 툭 던졌다.
“내 이름 이항복도 이춘복과 비슷하지 않은가. 우선 나부터 변명을 해야 죄를 면할 수 있겠네.”
재판에 참가하려고 모여 있던 대신들은 모두 배꼽을 잡고 있었다.
덕분에 이원복은 풀려날 수 있었다. 이항복은 우스갯소리 한 번으로 무고한 백성을 구해준 것이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옥사도 함께 비판하고 있었다.
이항복의 정치에는 이처럼 웃음이 있었다. 비판하고 꼬집어야 할 것도 웃음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입씨름으로 날을 보내는 오늘날의 정치판이 좀 배웠으면 싶은 이항복이 아닐 수 없다. 여당과 야당 사이의 막말은 물론이고, 같은 당끼리도 삿대질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거와 관련, 물고 늘어지는 설전(舌戰)이다. 땅 투기 의혹을 놓고 싸우고, 윤핵관을 가지고 발끈하고 있다. ‘전당대회가 아닌 분당대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재판과 체포동의안을 둘러싸고 ‘친명’과 ‘비명’이 얼굴을 붉히고 있다. ‘수박 깨기’가 벌어지고 있다. 국민은 여에도, 야에도 실망할 뿐이다.
국회에 ‘폭소클럽’이라는 게 생긴 적은 있었다. 그렇지만 싸움질을 그만두고 깔깔거리자는 ‘폭소(爆笑)클럽’이 아니었다. ‘폭탄주’를 소탕하자는 ‘폭소클럽’이었다. 그러니까 ‘폭소(爆掃)클럽’이었다. “음주문화를 바로잡고, ‘청정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친목모임”이라고 했었다.
국민은 소주 마시기도 힘든데, 국회는 난데없는 ‘폭탄주’였다. 웃음이 나오지 않는 폭소클럽이었다. 웃을 수 없는 폭소클럽이었다.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일화다.
처칠은 어느 날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다가 실수, 넘어지고 말았다. 청중이 깔깔거리자 마이크를 잡으며 말했다.
“내가 넘어져서 국민이 즐겁게 웃을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넘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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