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오전 6시에 일어나 씻고 출근할 준비를 한다. 아침밥 먹을 시간도 없다.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지하철역으로,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가 줄을 선다. 앉아서 갈 수 있으면 그날은 운수 좋은 날이다. 살기 위해 커피 한모금 마시고 업무를 시작한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된다. 밥을 포기하고 잠이라도 잘까 싶지만, 건강을 위해 뭐라도 입에 넣는다. 샷을 잔뜩 추가한 커피를 또 마시며 오후 업무를 본다. 어느덧 6시가 다가오고 '제 시간에 퇴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6시를 훌쩍 넘겼지만 야근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긴다. 아침에 탄 버스, 지하철을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가만히 누워 쉬고 싶지만 집에 가도 할 일이 많다. 쌓인 그릇을 치우고 먼지를 닦아야 한다. 퇴근 후 운동도 사치다. 출퇴근을 하며 걷고 뛴 거리로 '오늘도 운동했다'며 합리화한다.
집에 와서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11시다. 잠자는 사이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내일을 위해 이불을 덮고 눈을 감는다.
이게 청년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바삐 굴러가는 하루 속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은 취침 시간일 뿐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정부는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라고 한다. 지금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청년노동자들이 한트럭인데, 과연 주69시간 일하고 쉴 수 있는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본 청년들은 이렇게 말한다. "휴식 시간도 없이 일을 시키는 회사가 '그래. 너 일 열심히 했으니까 휴가 가버려!'라고 말할까요?"
청년들은 주 69시간 이상 연장노동이 가능한 정부 방안이 시행되면 "청년들을 위한다면서 다이렉트로 지옥으로 보내는 꼴"이라고 말한다. 이러다가는 6개월 안에 죽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노동시간 개악 저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겨레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미조직비정규직차장은 이런 말을 했다.
"너도나도 MZ를 말하며 '너희가 나라의 미래다'라고 하지만, 정작 꺼내놓은 노동정책은 기가 막히다. 자살이며, 산재사고며, 차별이며, 자산 불평등이며 하는 온갖 정책들에 대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청년을 팔아가면서 뻘짓을 하고 있는 건지 앉아서 대화나 해보고 싶습니다."
일하다 죽고 싶은 노동자는 없다. 집에서 일터로, 일터에서 집으로, 출근했던 그 모습 그대로 퇴근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많은 노동자들이, 시민들이 일하는 곳에서 다치고 죽고 상처받고 있다.
이들의 바람이 그리 거대한 건 아니다. 배가 불러 고집피우는 욕심도 아니다. 사람답게 일할 수 있도록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만큼의 실질임금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주 69시간 같은 정책을 원하는 게 아니다. 국민들의 민생에 어떤 정책이 필요한 지 제대로 살펴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청년들은, 노동자들은,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MZ세대는 심각한 과로에 내몰릴 수 있는 주69시간을 환영하지 않는다. 여전히 현실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는 청년팔이를 그만하고 청년을 위한,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