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열린 전교조 '전국교사 긴급추모행동' 뉴스클레임DB
지난 22일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열린 전교조 '전국교사 긴급추모행동'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저는 서울에서 중학교 5년, 현재 고등학교 2년차가 되는 교사입니다.

요즘 들어서 진로 진학 지도를 할 때마다 제가 스스로 자책하고 또 자책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학생들에게 “교대 가지마,”, “사범대 가지마.” 그리고 “교사 하지마라.”입니다. 선생님, 학부모, 학생 여러분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 않습니까?

한 나라가 축적해온 과거를 전승하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기초를 닦고,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교사라는 직업을, 이제는 현직 교사조차도 추천할 수 없는 그런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15년 전, 제가 담임선생님 뿐만 아니라 3학년 부장선생님, 그리고 수많은 3학년 교과담임선생님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사범대학에 진학하던 때, 12년전, 여섯 교육실습생 중 유일하게 “나는 교사가 되지 않을 것이다”고 당당하게 손을 들자, 마지막 식사 자리를 가면서 “그래도 세상에서 이렇게 보람되면서 좋은 환경을 지닌 직장은 없다. 다시 한번 교직에 대해서 잘 생각해봐라.”고 나지막이 말씀하시던 제 고등학교 음악선생님이자 당시 교무부장이셨던 은사님의 말씀을 듣던 때, 그때와 비교할 때 그러한 말을 들을 자격조차 없던 제가 은사님들에게 선물 받았던 그 축하와 따뜻한 말을 재능있는 학자이자, 따뜻한 심성을 지닌 조언가, 스스로부터 바르게 생활하는 태도를 지닌 모범적인 학생들에게 줄 수 없음이 너무도 속상합니다.

세상 모든 직업에 귀한 것과 천한 것이 없듯이, 교직 또한 당당한 하나의 직업으로서 그 합당한 명예와 예우를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기업 직원에게 폭언 등을 할 경우에는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이제 나오는 시대에 교사들은 ‘민원’이라는 말로 포장된 합당치 못한 폭언과 인격 모독을 시도 때도 없이 감당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폭언과 인격 모독은 교사의 인격을 살해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교사가 될 수 있는 학생들의 꿈마저 짓밟는 것입니다. 이 모든 건 결국 개별 교육구성원이나 학교 공간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합니다. 이 구조의 문제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과 한을 품고 나온 선생님들에게 교육 당국은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급급했고, 한 술 더떠 교사들을 무능한 집단으로 취급했습니다. 

며칠 전, 다시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가다듬는 1정 연수 자리에서 “교사들은 예비 살인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하며 “누군가로부터 보호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교사들이 만약, “학생들은 잠재적인 학폭 대상자라는 생각을 해야한다” “학부모들은 상습 블랙컨슈머라는 생각을 해야한다”라고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해당 교육감의 발언은 총체적인 교사에 대한 인식이 한 지역 교사와 교육의 수장이라는 사람들까지 바닥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시리즈를 관통하는 대사 중 하나가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인데 교사에게는 큰 힘은 없으면서, 큰 책임만 있습니다. 교사를 보호하는 기본적인 책무조차 망각한 교육 당국의 말들은 “악성 민원, 인격 모독으로 인해 고통 당하는 네 선생님은 어디 있느냐?”고 신이 질문할 때 결국 교육청은 “모릅니다. 그것은 교사의 개인의 문제이고, 그 교사가 말을 잘못했나 보지요. 제가 교사를 지키는 존재인가요?”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카인의 대답’의 아주 전형적인 예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서이초등학교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난 이후, 저는 교육청에서 내놓을 대책이라는 것이 참으로 우려됩니다.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사 개인의 응대스킬에 따라, 혹은 관리자의 책임감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교육활동 보호에 대해서 보다 확실하고 제도적인 보완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 그런 걸 할 것이라고 지금 예상이 되시나요? 혹시라도 여기에서 교육청에서 일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내용이라는 것이 ‘교원학습공동체 강화, 협의회 강화, 심리지원 및 상담 강화, 교사 힐링연수 실시, 컨설팅 강화 등’ 어느 공문에나 다 들어가 있는 뻔한 내용을 ‘지원’하겠다고 내놓을 것이 분명합니다. 거의 컨트롤 C, V 한 수준으로 말이죠. 우리가 그것이 필요합니까?

교육 당국과 정치권에 정말 호소에 호소를 거듭합니다. 다수의 학생들이 마음 놓고 교육받을 수 있고, 교사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실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타인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학생은 그 자신이 스스로 갖고 있는 교육권을 방기한 것이므로, 그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게하고 특히 다른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분리가 확실히 있도록 해주십시오.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오는 인격 모독, 인격 살인을 적극적인 고발을 통해 처벌까지 이뤄지도록 해주십시오. 교사 개인을 향한 고소 고발이 남발되지 않도록 관련법 개정과, 교육청이 ‘학교장 재량’이라는 이름으로 싹 빠지지 말고, 선량한 학생과 학부모를 위협하는 악성 민원인 및 문제 학생에 대한 실질적 제재 등을 해주십시오. 유명무실화된 낙제 제도 등을 현실화하고, 그냥 학교라는 공간 안에만 있으면 졸업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교육 수준, 제정된 학교 규칙을 잘 지켰을 때만 진급, 진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뿐만 아니라 예산과 공간 부족으로 학교에서 잡아두는 것 외에는 오히려 문제 학생만 편한 특별교육이나, 사실상 폭탄 돌리기가 되어버린 학급교체나 강제전학 대신 학교 교육을 중대히 위협하는 학생들 중장기 기간 동안 분리하여 특별교육할 수 있는 예산과 공간을 확보하고 강제전학 또한 최대한 원거리로 배정을 하도록 하며, 마지막으로 이것이 문제 학부모가 반드시 이행할 수 있또록 공공기관에 합당한 강제력 있는 제도를 마련해주십시오.

교육부, 교육청이 단순히 민원 센터 내지 콜센터가 아니라 교육 정책결정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법과 제도는 꼭 필요합니다. 

한국의 교사들. 사실 이정도 경제력 갖춘 나라에서 이정도의 실력을 갖춘 교사들이 한 국가의 교육을 책임지는 나라. 흔치 않습니다.

선생님들, 여러분들이 진정 모든 희망의 시작이며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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