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 이어폰을 착용하는 것조차 두려워진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자리를 피하게 된다. 뒤따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친구나 가족, 지인들의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른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현관 문을 열고 내 집 안에 들어오면 그때서야 안도의 숨을 내쉰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달 26일, 대낮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경기도 분당 서현역 일대에서 2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의 한 고교에선 20대 남성이 한 교사에게 칼을 휘둘렀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선 흉기를 들고 다니던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어쩌다가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는 '묻지마 칼부림'이 일상인 세상이 된 걸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너도나도 '살인 예고' 협박 글을 올렸다. 경찰이 지난 8일까지 검거한 살인 예고 글 작성자는 무려 70명에 달한다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검거된 피의자 중 50% 이상이 10대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묻지마 칼부림' 사건을 관심을 끌기 위한, 일종의 재미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칼부림 사건 이후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고 서로를 더 혐오하게 됐다. 안 그래도 재유행하는 코로나19에, 무섭게 치솟는 물가에,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에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 여기에 칼부림, 살인 예고까지 벌어지니 불안해서 살 수 없을 지경이다. 안 그래도 이 나라에 미래가 업삳고 하는데, 이래서는 그나마 남은 미래도 희망도 없어질 판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질투, 분노, 박탈감 등이 투영된 결과'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자신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가해자들이 말에 탄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누구나 질투, 분노, 박탈감 등의 감정을 느끼고, 느낄 수 있다. 그때마다 타인을 해하는 방식으로 풀고 있나? 아니다. 운동이나 술, 친구들과의 수다, 영화 관람 등 나에게 맞는 방법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다진다. 때문에 더욱 냉철하게 봐야 한다. 우리 사회가 왜 아프고 곪아졌는지, 그 핵심을 쳐다봐야 한다. 갈수록 사회로부터 단절되는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묻지마 범죄, 칼부림을 막기 위해 사회적 외톨이가 양산되는 시스템도 고쳐야 한다.
엄벌 역시 주저하면 안 된다. 가해자에게 불우한 서사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감형 요소로 고려해 가볍운 처벌을 내리면 이런 일은 반드시 재발한다. 사회에 불안과 공포, 불신을 확산시킨 만큼의 죄도 같이 물어 처벌을 무겁게 해야 한다.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범죄 예고에 대해서도 처벌을 무겁게 해야 한다. 설령 미성년자의 장난이라도 일벌백계 차원에서 그 죄를 무겁게 물어야 한다. 바뀌지 않으면 묻지마 범죄는 막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