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클레임]
연예인만, 정치인만 인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도 인기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 말이 고객의 사장을 향한 무한 애정이란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사장이 고객들의 팬이 되어야 한다. 열렬한 사랑, 지지, 격려, 응원을 보낼 수 있는 그런 팬 말이다. 장사하기도 바쁜데 고객의 팬을 자처하라니 이 무슨 소리냐 한다면, ‘녹심첩’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거상들은 ‘치부책’과 ‘녹심첩’이라는 두 가지 장부를 소중히 했다고 전해진다. 치부책은 지금의 금전출납부와 같은 개념이고, 녹심첩은 고객과 그의 일상, 그리고 친지들 개인사를 상세히 적어놓은 이른바 고객관리부다. 돈은 잃어도 신용은 잃지 않으려고 애썼던 당시 거상들이나 지금의 잘나가는 사장들의 공통점은 바로 고객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배려다.
지금의 장사를 하는 이들을 보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에만 급급하다. 기존 고객들은 잡아놓은 물고기라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고객은 예민하다. 그리고 섬세하고 똑똑하다. 식당에 들어와서 메뉴를 시키고 맛을 보고 나가는 그 일련의 과정에서 모든 것을 눈으로, 몸으로 판단한다. 내팽겨쳐 있는 듯한, 신경 쓰지 않는듯한, 무관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잡아놓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격이다.
예전 골목식당에서 인상적인 화면을 본 적이 있다. 백반집 사장이 손님마다 다른 반찬을 내어주는 것이었다. 왜 그런고 했더니 고객이 안 먹는 음식, 좋아하는 음식을 캐치해 손님에 맞게 서비스하는 것이었다. 골목식당에 나오지 않았어도 그 집은 언젠가는 잘 될 집이라는 확신이 든 순간이었다.
빈지여귀(賓至如歸)란 말이 있다. '손님으로 온 것이 제 집에 돌아온 것과 같다'는 뜻으로, 손님이 자기 집에 돌아온 것처럼 조금의 불편도 없이 편안하게 대접받는다는 말이다. 《좌씨전(左氏傳)》 양공(襄公) 31년조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에서 유래한 성어(成語)이다.
손님들에게 가식적으로 웃음짓고 과하게 친절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고객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그가 다시 우리 식당을 찾았을 때 그를 기억해주고 그가 불편한 것이 없는지 두루 살피라는 이야기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거창한 마케팅이 아니다. 네이버 영수증을 리뷰해주면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겠다는 것이 고객을 향한 마음을 내보이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아이를 데리고 오는 손님이 있으면 유아의자를 직접 테이블로 가져다 준다 던지, 매운 음식을 못 드시는 분을 위한 맵기 조절을 한다 던지, 그가 식사를 할 때 테이블을 서치 해 잘 먹는 반찬을 더 가져다 준다든지 하는 것이다. 단골손님의 아이가 입학하면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거나 한동안 안 오던 고객이 오랜만에 오면 그의 근황을 물어보며 살가운 대화를 하는 것 등도 될 수 있다.
장사는 진심과 맞닿아 있다. 온라인 광고 마케팅에 매몰돼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고 장사하는 이들이 많다. 안타깝다. 그 노력을 조금만이라도 고객의 팬이 되는데 써보라는 조언을 진심으로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