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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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몇 해 전, 네덜란드에서 희한한 소송이 있었다. 69살 남성이 자신의 나이를 49살로 줄여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남성은 그 이유로 법적인 나이 때문에 재취업이나 연애 등을 할 때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법적인 나이가 젊은 건강과 정신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남성은 나이를 49살로 20년을 깎아주면 연금을 포기하겠다고 제안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흐르는 세월을 돌려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 노인이 자신의 나이를 스스로 줄이는 방법은 있다. 20년이면 240개월이다. 69살의 나이를 ‘49240개월로 내세우면 쉽다.

여러 해 전에 있었던 소송이었으니, 지금은 ‘49240개월+α정도의 나이에 이르렀을 것이다. 또는 ‘49240개월+α+β로 늘어났을 수도 있다.

물론 주위에서 그런 셈법을 인정해줄 리 없다. 그렇더라도, 악착같이 우기며 버티는 것이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도 나이를 먹는 게 착잡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신년이라는 두 글자가 싫다(不欲提起新年二字)”고 털어놨다.

새해가 와도 좋은 것을 모르겠다(新年之來則沒無好趣)’고도 했다. ‘섣달 그믐날에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除日有無限戀惜意)’고 썼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요 임금의 수즉다욕(壽則多辱)’을 떠올리며 늙어가는 심정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노음(老吟)’이라는 글이다.

누가 오복 가운데 장수를 으뜸이라고 했는가(五福誰云一曰壽)/ 오래 사는 게 욕이라고 한 요 임금의 말씀이 귀신같구나(堯言多辱知如神)/ 옛 친구들은 모두 황천으로 떠났는데(舊交皆是歸山客)/ 젊은이들과는 격세지감뿐일세(新少無端隔世人).”

김삿갓은 격세지감을 따졌지만, 젊은이들이라고 느긋한 재간은 없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해를 넘기는 심정은 많이 초조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2022년 일자리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작년 일자리는 87만 개가 늘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최다였다고 했다. 그렇지만 20대의 일자리는 달랑 1만 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율로는 1.1%에 불과했다.

60세 이상의 일자리가 44만 개 증가, 50.6%를 차지하고 있었다. 50대의 일자리도 26만 개 늘어나, 87만 개 가운데 80.5%가 장·노년층 몫이었다.

직장이라는 것과 거리 두기상태인 실업자도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실직자도 다를 수 없다. 흐르는 세월을 잡아놓을 수 있는 초능력이 간절할 것이다.

해가 바뀌어도 내년에는 나이는 그대로일 수 있다고 했다. ‘만 나이덕분이다. 하지만 체감 나이는 그럴 수가 없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새해 시작과 함께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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