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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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광고다. 내용만 보면 누구나 아는 개그맨이 튜자를 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짜 황현희가 아닌 '가짜 황현희'다. 실제 황현희는 이런 말도, 이런 광고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황현희도 '가짜 황현희'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다.
이 같은 유명인 사칭 사기 범죄는 온라인상에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고 있다. 실제 경찰처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에만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투자 리딩방의 불법 행위 피해 건수는 1000건 이상이다. 피해액은 1200억원대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들의 피해액 합계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제로 이름과 얼굴을 빼앗긴 유명인들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경찰 고발은 물론, 플랫폼 측에 수없이 항의했다.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언론 인터뷰는 물론 개인 채널에서 사칭 사기 예방 내용을 수차례 공지했다. 신고도 하고 이메일도 보내봤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막대한 광고비를 쏟으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온라인 범죄를 개인이 막기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남은 건 '사기 이미지', '왜 범죄를 막지 않고 놔두고 있냐'는 오해와 질타였다.
결국 피해 유명인들은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를 막아달라는 기자회견을 직접 열고 나섰다. 절박한 심정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노후자금과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한순간에 날린 피해자들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정부, 플랫폼에 '대책 마련'을 간곡히 요청했다. 온라인 사칭 범죄를 일반적인 금융 사기가 아닌 보이스피싱 범죄로 규정해 전담팀을 꾸려 수사하고, 범죄자들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게 주된 요구다.
디지털 강국의 충격적이고 참담한 현실이다. 구체적인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온라인 사칭 범죄는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피싱 범죄에 재산을 날리는 피해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피싱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사용자들도 간악한 수법에 넘어가지 않도록 유명인을 내세운 광고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도 위험성과 심각성을 외면해선 안 된다. 플랫폼은 사전 필터링 시스템이 없을 뿐 아니라 사후 대응도 소극적이고 미약하다고 한다. 여러 차례 플랫폼에 신고해 계정 1개를 지우면 다음 날 10개의 사기 계정이 새로 생겨난다고 한다. 플랫폼 측에 "자신들의 광고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전방지 대책을 마련해 사용자들에게 공개하라"는 피해자들의 호소는 이 사태가 얼마나 다급한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해결을 위한 모두의 힘을 합쳐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