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 작가
박상률 작가

[뉴스클레임]

인공지능이 스며들지 않는 곳이 없다. 과학 소설에서 상상했던 일들 가운데 많은 게 현실화  되기도 했다. 과연 인공지능의 끝은 어디일까? 만약에 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인공지능 기기가 인간을 지배한다면, 결국 인간 종족은 도태 되리라. 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지면 인공지능도 사라지겠지… 그래서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도와주고, 인간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리라.

인공지능은 답을 구하는 데에 탁월하다. 인간의 손이나 머리로 처리하면 수 개 월이 걸려도 정확하지 않을 통계 정리 같은 것도 몇 초 내지 몇 분이면 보기 좋게 정리해서 내놓는다. 그 동안은 인간이 질문을 하면 인공지능이 정리해서 답을 내놓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의 영역이 점차 확장되어 인공지능 스스로 질문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마침내 문학을 비롯한 예술 창작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용 얘기가 나온다.

문학을 두고 볼 때, 정형화 된 장르는 인공지능이 창작을 할 수도 있다. 예컨대 텔레비전 드라마 가운데서도 막장 드라마 같은 경우가 이에 잘 해당 된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막장 요소를 잔뜩 나열한 뒤 이런 걸 반영한 드라마를 쓰라고 인공지능에게 요구하면 기가 막힌 막장 드라마를 내놓는단다. 인공지능이 쓴 드라마는 인간이 섞는 막장 요소보다 더 잘 비빈(?)단다. 물론 이 경우도 인간이 막장 요소라는 ‘질문거리’를 던져주면 인공지능은 기가 막히게 막장 대본의 ‘답’을 내놓는 경우이긴 하다.

문학에서도 수필은 정형화 할 수 없는 장르라서 애초에 ‘무정형’ 글쓰기라 한다. 붓 가는 대로 쓴다는 隨筆이라는 한자도 이제는 써지는 대로 쉽게 쓴다는 말이 아니라 이야기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수필이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개성적인 장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정형화 할 수 없으므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서정 시인의 수필집 ‘엄마를 팝니다(달아실 펴냄)’는 글쓴이의 개성이 물씬 드러나는 수필들이 묶여 있어 인공지능도 넘보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엄마가 나에게 미안해하는 대목이 하나 있다. 그것은 여자 형제를 못 만들어주었다는 것. (...)어린 시절에는 남자 형제들끼리 씨름하고 놀다가 싫증이 나면  나를 이불로 뒤집어 씌워놓고 북처럼 두들기며 놀았던 적도 있다. 그러면 엄마가 얼른 달려와서 소리쳤다.

 “이놈의 새끼들! 시방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잡을 셈이야?”

 (...)

 엄마는 

 “그려 내가 미안하다. 딸 하나 더 낳아주었어야 하는디 너 하나만 낳아놔서.”

 딸의 응수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미안하면 지금이라도 하나 낳아주던가?”
 “그려 지금이라도 낳아줄 테니 어디 가서 잘생긴 영감이나 하나 구해 와라.”
                                          
                                      -‘엄마! 나한테 얼마만큼 미안해?’ 부분

 아들은 셋이지만 딸은 하나인데, 그 딸과 노모의 대화가 살갑고 유머러스하다. 이렇게 미리 생각하지 못한 쪽으로 펼쳐가는 글을 인공지능이 쓸 수 있을까?

권담희 수필가의 수필집 ‘주황색 거짓말(한국산문 펴냄)’도 아들은 셋인데 딸은 하나뿐이서 일어난 얘기가 담겨 있다. 가령 이런 글.

 “무슨 즈그 아부지 제사 보러 안 오는 딸도 있나!”
 “아들은 안 와도 괜찮고 딸은 왜 꼭 가야 하는데?”
  (...)
 “딸이라도 와야지. 내가 니는 딸이라고 예쁘게 잘 키웠잖아.”
 엄마가? 나를? (...)
 “사랑을 받아봐야 사랑도 한다 카드만. 내가 사랑을 못 받아봐서 느그한테 사랑을 많이 못 주고 키웠다.(...)”
 언젠가 넌지시 이런 고백을 하더니 이번에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
 “(...)느그 오빠들이나 동생들한테 말 하지 마.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니만 알고 있어라. 니는 곱게 키운 내 딸이니까 엄마 마음 알제?”
 아, 이 새빨간 거짓말. 그 곱게 키웠다는 딸은 도대체 어디에 숨겨두었냐고 벌 쏘듯 물었다.
 “니도 알낀데. 그 이쁜 딸한테만 내 통장하고 도장 어디 있는지 갈차 줬는데...”
 (...)
 얼마 전 내 통장에 별안간 300만 원이 찍혔다. 이쁜 딸 행방에 대한 답이었을까?
 (...)
 뭐 이 정도면 하얀 거짓말도 아니지만 새빨간 것도 아닌 주황색 거짓말 정도로 쳐줄게. 농담을 툭 던지니 엄마가 하하 웃었다.
                                   -‘주황색 거짓말’ 부분

엄마와 딸의 관계. 특히 아들 많은 집의 딸 얘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답을 잘 정리하는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 속내를 그려낼 수 있을까?

박상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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