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 작가
박상률 작가

[뉴스클레임]

이승만 대통령 시절인 1950년대의 대구 지역 어떤 신문사에서 있었던 일. 기사에 이승만大統領을 이승만犬統領으로 표기했다. 졸지에 대통령이 견통령, 즉 개 우두머리가 되고 말았다. 납 활자로 조판을 하던 시절이라 한자 大자를 뽑는다는 게 犬자를 잘못 뽑아서 일어난 일이다. 단순 오기 사건이었지만 신문사 사장이 구속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 지역의 어떤 신문에선 이승만大統領에서 ’統‘을 빼먹고 조판하여 이승만大領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이 대령이 되었으니 권력자와 그의 졸개들이 가만 있었겠는가? 그 신문사 사람들도 상당히 시달렸다.

웃고 넘길 사안도 절대로 웃어 못 넘기는 게 독재자와 그의 졸개들이다. 그들은 이러한 것 모두 필화 사건으로 만든다.

그래서 임헌영 문학평론가는 ‘모든 필화는 국가폭력이다’고 규정한다. 맞는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부당한 권력자에게 붓을 들어 저항한다. 

한국현대필화사1(임헌영 지음/소명출판 펴냄)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필화 사건들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역사적 시대 배경을 씨줄로 하고 ’치도곤‘을 당한 사람들의 글을 날줄로 하여 소설만큼이나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요령 좋게’ 서술해 놓았다. 하지만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지금 당장의 현실이 더 급박한 터라...

8.15 이후 미군정 시기를 거쳐 이승만 시절부터 현 윤석열 시절까지 자행된 모든 필화 사건을 다룬 책을 세 권으로 준비하였는데 1권이 드디어 나왔다. 저자는 인쇄 글뿐만이 아니라 노래 가사, SNS의 글들도 모두 필화 사건의 대상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인쇄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사진도 조심해야 했다. 인쇄하고 보니 독재자의 얼굴 사진에 검불이 묻어 이상하게 인쇄가 되기도 했으니...

필화 사건은 반드시 역사를 전환 시킨다. 이승만은 3.15 부정선거를 획책했지만 4.19 혁명으로 4월 26일에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러면, 얼마 전에 반란을 획책하다 들통이 나 지금 내란 首魁(우두머리)가 된 용산의 윤 대통령은 어떻게 될까? 군란으로 정권을 손에 거머쥔 전가 대통령 시절 어떤 책에 전씨의 부인인 이순자‘여사’가 이순자‘여시’로 표기된 걸 교정 보다가 발견하여 기겁을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대로 ‘이순자여시’로 출간되었으면 출판사 자체가 박살 났겠지... 그렇다면 윤수괴의 부인 김아무개씨는 ‘김여사’인가 ‘김여시’인가? 여의도와 광화문과 남태령을 꽉 채운 사람들은 다 알겠지.

주요기사

저작권자 © 뉴스클레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