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 작가
박상률 작가

[뉴스클레임]

어제는 봄답지 않게 함박눈이 내리고 기온도 영하로 내려갔다. 오늘 낮 기온은 영상이었지만 바람 끝이 몹시 차가웠다. 계절상으론 봄인데 봄이 오다가 말았다. 왜 그랬을까?

정작 듣고 싶은 소식이 어제도 없었고 오늘도 없어서 그러는가? 옛 을사년과 올해 을사년이 겹쳐서일까? 하여튼 을씨년스럽다.

옛 을사년에 나라 팔아먹은 ‘놈’들은 모두 대신들이었는데, 지금 나라 말아먹는 놈들은 누구인가? 전 청와대 입주자 이 아무개 씨의 말투로 하면, 여러분 말 안 해도 누군지 다 알죠? 구 을사오적을 가리느라 신 을사오적이 나타났을까? 역사는 ‘드럽게’ 되풀이 되는가? 봄이 더디 오는 까닭도 을사년이어서 그런가?

가까운 벗들, 동료들, 후배들, 지인들이 봄 추위도 아랑곳없이 날마다 풍찬노숙하며 ‘호모 찌질이’를 몰아내려고 애를 태우고 있는데 나는 꼼짝도 못 하고 있다.

작년 12.3 계엄 이후부터 온몸이 굳어지는 신체화 현상이 가시지 않고, 울렁증이 심해 기계적인 일만 ‘지구다나’ 하면서 거리 대신 병원을 들락거리는 신세. 부실한 이내 몸뚱이 안타까운지고!

1980년 광주 5.18을 겪은 뒤 어느 밤에 끼적거린 시 비스름한 ‘메모’가 기억나 오래된 공책을 뒤적여 찾아낸 40년 전의 ‘인생’. ‘어딘가 오고 있을 그 녀석을/반쯤은 와 있을 그날을/태연히 기다리며’ 오늘도 살고 있다. 오늘은 ‘영현 백’에 ‘종이관’까지 준비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관들이 태극기에 덮여 누워 있던 80년 광주 상무관 풍경이 떠오른다. 오싹, 소름이 돋는다….

<인생>

늘 기다리자

기다리며 살자 불같은 성질이더라도

제시간에 못 나타나는 녀석을 위해

기다려주고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위해

오늘도 기다리며 살자

와야 할

꼭 오고야 말 모든 것은

기다리는 자의 몫이다

거침없는 육두문자를 내뱉으면서도

기다리는 그 자리에서

어딘가 오고 있을 그 녀석을

반쯤은 와 있을 그날을

태연히 기다리며 살자

 

기다릴 줄도 알아야

떠날 줄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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