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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며칠 안 되지만, 변화와 안정을 많이 실감한다. 전 정부가 워낙 분탕질을 많이 해놔서 더 피부로 더 와 닿는 면도 있을 테지만…

40년 가차이 글을 쓰고 산 사람이지만 지난 여섯 달은 글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나의 일상은 글감을 구상하고 그걸 언어로 구체화 시키는 일인데, 일상을 누리지 못 했다.

머릿속으론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 작가야’라며 자신을 다그쳤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 했다. 그렇지만 문학을 잠시도 잊지는 않았다. 문학의 종말은 인류의 종말이라 생각하면서, 읽는 사람이 있고 그걸 바탕으로 쓰는 사람이 있는 한 혁명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면서 현실을 긍정적으로 접하려고 애썼다.

혁명은 폭력이나 무력이 아니다. 읽고 쓰는 행위가 혁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읽고 쓰면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줏대가 생기니까!

인류는 계속 혁명을 해야 존재한다. 혁명의 ‘혁’을 한자로 왜 가죽 혁(革) 자를 섰을까? 동물의 가죽을 벗긴다고 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털이나 기름을 제거하고 계속 두드리고 잡아당기는 등 무두질을 하여야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가죽이 된다. 

혁명은 쓸모 있는 가죽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 革命, 존재를 새롭게 하려면 가죽을 무두질하듯 계속 읽고 써야 한다.

그런데 전 정권은 ‘독서를 하지 말라는 운동’을 때로는 은근히 때로는 버젓이 내놓고 했다. 각급 학교의 도서구입비, 도서관 진흥책, 출판 지원책, 문학나눔 사업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일찍이 중국의 문인 루쉰은 이런 말을 했다. ‘꽃이 없고, 시가 없고, 등불이 없고, 열기가 없고, 예술이 없고, 취미가 없고, 호기심마저 없다. 이런 곳은 사막이다!’

이제 겨우 사막에서 벗어난 듯하다. 나의 일상인 읽기와 쓰기를 더 가열차게 해야겠다.

루마니아 태생의 독일 시인 파울 첼란의 ‘문학은 너른 바다에서 표류하다 외딴섬에 다다른 사람이 빈 유리병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띄우는 것과 같다. 누구한테 가 닿을지 그 사람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만, 문학은 알지 못 하는 독자에게 쉬임없이 말을 거는 행위다’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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