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억’은 한자로 ‘億’이다.
작가 조정래는 장편소설 ‘허수아비 춤’에서 그 ‘억’을 이렇게 정의했다.
“억이란 뜻을 아는가? 그 글자는 사람 인(人) 변에, 뜻 의(意) 자가 합해진 거지.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건 실재하는 수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만 있는 큰 수라는 뜻이야.”
조정래는 소설에서 그렇게 큰돈인 ‘억’을 대기업들이 비자금으로 챙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람의 마음에만 있는 그 큰 수를 만 개나 비자금으로 감추다니. 그런데 한 기업인이 억을 만 개나 뭉쳐 혼자 배터지게 먹을 작정을 하다니…”
조정래의 얘기처럼, 서민들에게 ‘억’은 ‘마음속으로’ 생각이나 해볼 정도로 꿈의 숫자다. 평범한 월급쟁이는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해도 힘든 숫자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풀기로 했다. 1인당 최대 52만 원이라고 했지만, 절대다수인 85%의 국민은 25만 원이라고 했다. 4인 가족일 경우 100만 원이다.
그것도 ‘현금’은 아니다.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소비’를 하도록 유도해서 내수 경기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한 지원금이다.
서민들에게 나눠주겠다는 돈은 이렇게 ‘푼돈’이다. 그런데 정치판에서는 ‘억’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관련된 논쟁이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5억 원을 벌어서 13억 원을 썼다”고 김 후보자를 공격했다. 수입보다 8억 원을 더 쓴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방송에 출연, 8억 원이 아니라 아이의 학비 2억 원을 제외하면 5억 원 또는 6억 원이라며 “결혼 축의금과 조의금, 출판기념회 등이 있었다”고 했다. 출판기념회의 경우 2번이 있었는데, 김 후보자는 그 수입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이 그런 경험을 했을 때 하는 통상적인 액수”라고 했다.
주 의원은 김 후보자가 출판기념회 수익으로 “6억 원이 걷혔을 것으로 보인다“며 “출판기념회가 유력 정치인에게 ‘현금 저수지’가 되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가 경조사비,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 봉투를 집에 쌓아두고 썼다니 충격적”이라고도 했다. “이러다가 ‘축의금 정부’로 불리게 생겼다”고 이재명 정부를 꼬집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주 의원에게 역공을 펴고 있다. “주 의원 본인의 재산이 70억대인데, 채무 2억 8000만 원이 존재한다”고 했다. “주 의원 아들은 7억 원 이상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는데, 국회의원 아빠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는 비아냥거림이었다.
조정래는 ‘억’을 ‘마음속에만 있는 큰 숫자’라고 했는데, 정치판은 그 ‘큰 숫자’가 여러 개나 되고 있다. 출판기념회를 한 번만 해도 ‘억대’ 수입이 ‘통상적’으로 생기는 모양이었다. 축의금이나 조의금도 만만치 않은 듯했다.
이렇게 ‘억’이 대수롭지 않은 ‘높은 사람들’이 민생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서민들은 당장 28일부터 오르는 수도권 지하철요금이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달랑’ 150원이 오르지만, 인상률로는 ‘두 자릿수’인 10.7%나 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간단치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