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사진=민주노총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사진=민주노총

[뉴스클레임]

이번 대선에서 진보당의 김재연과 민주노총 양경수를 매몰차게 비판했다. 이런 비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서 희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민주노총 양경수가 내놓은 변명과 진보당이 손솔 비례대표 승계로 원내정당 4석을 확보한 정당이 되었다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서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자괴감이 들 뿐이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단체들 가운데서 '을'의 민주주의라는 이름에 걸맞는 조직의 형태, 실천을 구현하는 조직이 있기는 한 걸까?

예컨대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고 성찰한다는 진보당이나 민주노총의 조직과 내부의 관행은 얼마나 민주적일까? 내가 보기에 기존 양당의 대표제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어떤 점에서 그것에도 미달하는 모습이다. 또 대표자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권한을 독점 하는 것을 민주주의 본령으로 착각하고 있는듯하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사진=박명규 기자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당시 모습. 사진=뉴스클레임DB

특히 진보당은 명백하게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에 대한 비판으로 당원들이 상처를 입었다며 정당한 이의제기와 비판을 '종파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사람들로 몰아 부쳤다. 마치 진보당이라는 조직이 대표 하나로 상징되는 듯이 '우리 대표님'에 대한 의리와 사랑이 조직의 미래가 된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권력의 그늘 밑으로 들어가는 진보의 타락을 마치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진보의 고행처럼 위세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자기희생인 것처럼 당당한 김재연의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면서 진보당은 이제 완전히 대중들의 신뢰를 버린 우스꽝스러운 집단이 되었구나를 절감했다. 문제는 이런 진보당의 타락이 그들만의 퇴보가 아닌 전체 진보정치의 퇴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인 진보당과 민주노총이 오히려 청년이나 여성들, 노동자 농민, 소수자들을 외면하고 스스로 계파나 연줄, 연령이나 대표자나 당직자들의 권위주의에 근거한 행태나 문화를 그대로 답습해 위계적인 조직이 된다면, 과연 그 조직이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 그런 조직이 이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포용하고, 그들을 새로운 주체들로 구성하려는 노력을 하는 진보정치를 추동할 수 있느냐 말이다.

최소한 진보정당이라는 깃발을 들고 그 가치 아래 대중들을 조직하고 연대하려 한다면 스스로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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