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상률 작가
사진=박상률 작가

[뉴스클레임]

워낙 내향적인 성격이라 어릴 때부터 사람을 폭 넓게 사귀지 못했다(않았다). 초·중·고·대 해서 학교도 꽤 오래 다녔지만 각 급 학교의 동창회는 가본 적이 없고, 어쩌다 연락 되는 몇몇 벗들과 몇 년에 한 번 밥 먹는 게 고작이다.

대학에서 훈장 노릇도 했지만 제자라고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도  없고, 글쓰는 작가지만 작가들과 어울리며 많은 ‘일화’를 만들지도 못 했다. 혹자는 이런 나를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걱정도 한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요절 시인 이언진의 ‘我友我(나는 나를 벗한다)’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그렇다고 내가 밖에선 꼼짝 못하고 집안에서만 큰 소리 치는 ‘방안퉁수’는 아니다. 그저 번잡한 곳을 나다니길 싫어하는 성격이고, 나를 아무 데나 들이미는 성격이 아니어서 홀로 지내는 걸 즐길 뿐이다.

성격과 비윗살이 좋은 사람들은 뜻이 안 맞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금세 친구가 되고, 형 동생으로 터놓고 지내며 ‘너나들이’를 쉽게 하지만 나는 그게 안 된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젊어선 내가 낯가림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어 속으로 걱정도 했지만, 어느 순간 생긴 대로 살자고 마음먹으니 그다지 외롭지도 않고 그럭저럭 살아져서 내처 그렇게 지냈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평생 강의나 강연을 하고, 가끔 연장자를 부르는 단체에 나가 인사말은 할 수 있으니까 그만하면 괜찮은 거야 스스로 자위하면서…

작년 연말 뜬금없이 ‘계엄’을 내린 ‘호모 찌질이’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몰리자 하는 짓이 동네 양아치나 시정부랑배만도 못하다. 그걸 보니 역시 그는 ‘호모 찌질이’ 종이구나 싶었다. 지금의 그는 존재 자체가 민폐인 사람.

그만이 아니라, 지난 반 년 동안 자신들의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장삼이사’들을 보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존재 자체만으로 민폐가 되는 종자들이 여기저기 많구나!

문학청년 시절 포함 40년 가차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면서 외롭고 힘들 때마다 떠올린 존재들이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와 닿는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 나도 누군가에게는 존재 자체만으로 힘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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