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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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사람들이 국도 위에서 물결치고 있었다. 그들은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왼발을 디뎠기 때문에 오른발을 디디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들은 일거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1명이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생기면 10명이 덤벼들었다. 형편없는 품삯을 놓고 다퉜다. 그 때문에 품삯은 계속 떨어졌다.

“30센트, 25센트, 20센트도 좋다. 아니다. 나는 배가 고프다. 15센트만 받겠다.”

어떤 사람은 아이들 핑계로 일자리를 호소하고 있었다. “온몸에 부스럼이 나는데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되겠는가.”

어떤 사람은 품삯도 필요 없다고 했다. 바람에 맞아서 떨어진 과일이라도 달라고 했다. 고기 한 조각만 주어도 일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 정도로 굶주리고 있었다. 먹는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대지주들에게는 그게 오히려 기회였다.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구인 광고 쪽지를 마구 뿌려댔다. 품삯은 떨어지고 물건값은 오른 그대로였다.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19021968)이 쓴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얘기다.

개미 떼처럼 움직이며 일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분노가 포도송이처럼 여물고 있었다. 그래서 분노의 포도였다. 대공황 때 미국 노동자들은 이렇게 고달팠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닮은꼴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며칠 전, 인력 시장에 관한 보도가 그랬다.

건설 경기가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하면서 일용직 인력 사무소가 밀집한 서울 남구로역 일대에서는 꼭두새벽부터 일거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다.

그러나 허탕 치기 일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하는 희망으로 매일같이 인력 시장을 찾지만. 빈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나이 많은 고령자들은 더욱 그렇다고 했다.

이처럼 수요는 적은데, 공급이 넘치면서 일당을 후려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어떤 철근공의 경우 원래 받던 일당이 26만 원 정도였는데, 반값 아래인 1011만 원으로 깎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벌어서 하루를 살아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는 그런 일감이라도 잡지 못하면 당장 먹을 게 걱정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민생회복지원금이 좀 보탬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먹는 문제를 언급하고 있었다. “비싼 수입 과일 사 먹어야지, 가족 데리고 소고기 한 번 실컷 먹어봐야지 하는 사람이 많다며 민생회복지원금의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자부하면서도 먹는 문제 가지고 애달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소고기를 꺼낸 적 있다. 2020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을 풀던 당시 국무회의에서 재난지원금이 모처럼 소고기 국거리를 사는 데 쓰였고, 벼르다가 아내에게 안경을 사 줬다는 보도를 봤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 위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국민의 마음이 와닿아서 가슴이 뭉클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지만 민생회복지원금으로도 긴급재난지원금으로도 소고기를 느긋하게 즐길 재간은 없다. 한두 번이 고작일 뿐이다. 국민이 소고기를 지속 가능하게먹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는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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