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인가, 자본주의 극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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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으로 보건의료 부분에서는 공공의료가 대폭 확충되고 필수적인 인공호흡기나 의료장비, 마스크 등의 생산과 유통은 정부가 관리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는 길이 재앙 앞에서 지금처럼 인간의, 인간에 의한 혐오로 가는 야만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나는  의료인의 집단 행동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이 윤석열 정부도 비판했다. 그러나 공공의료 확충과 부족한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더더욱 의사들이 하는 말과 집단 행동에 동조해서도 아니다. 이들 직업 집단의 사고는 이미 자본주의 '틀'에서 이제는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돈' '경쟁에 의한 효율성' 만을 말하며 그것이 국민의료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명분에서 문재인 정부는 의사라는 직업 집단에 졌고, 윤석열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이 공공의료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우고도 한 집단에게 끌려간 것은 문재인 정권의 상징이 된 불통이 가장 큰 원인이다. 사실 의료정책에 직접 이해 당사자인 의사들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커져서는 안 된다. 의료는 전 사회적 문제로 사회공동체의 숙의 과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어느 정권에서나 이번에도 문제는 소통이었다. 문재인 정권 때는 반대자의 입을 막고 토론을 생략하기 위해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을 이용했고, 윤석열은 시민들의 목숨이 달린 의료 정책을 막가파식의로 몰고 갔다. 의사들은 이런 정권에 의심을 가진 대중을 향해 민간 중심의 의료체제가 코로나19를 잘 막아냈다고 주장하면서 반격을 했던 것이다.

이런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대구의 코로나 사태를 냉정히 되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키워드는 세 가지다. 지역감염 시기와, 신천지 혐오, 공공의료의 힘이다.

첫 번째, 흔히 우리는 이른바 '31번째 환자'가 대규모 감염의 시발점이라고 착각했다. 또 여러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정치적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도록 유인하기도 했다. 그때 선거를 앞두고 공지영을 비롯한 문예인들으 지역 비하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2월 18일 진단된 그 환자도 추정키로 4차나 5차 전파자의 하나였을 뿐이다. 즉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에서의 방역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선 것 같다" "방역 당국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는 머지 않아 종식될 것" 이라고 발언했을 당시 즉 2월 8일 당시에 이미 한국에서는 지역감염이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대구에서의 지역감염은 1월 중순이나 그 이전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녹색평론 우석균)

두 번째, 대구의 지역 감염은 신천지 신도가 50%를 차치할 정도로 그 규모가 컸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신천지 때문에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페북에서도 그 혐오는 대중과 지식인들을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그러나 그것은 일면적 파악이었다.

신천지교회의 신도는 약 25만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0.5%에 해당할 정도로 큰 집단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신천지 교인들은 매우 페쇄적이어서 지역감염이 대구와 대구시 주변 지역에 그쳤고 더 퍼져 나가지 않았다는 점, 또한 신도 명단을 통해 추적과 진단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다는 점이다. 또 젊은 신도가 많아 상대적으로 치명률도 낮았다. 

그런데도 그들에 대한 혐오와 비하는 마치 중세의 마녀사냥을 보는 듯 했다. 그러나 한국은 신천지교회의 집단감염으로 인해 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세 번째, 우리가 가장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한국의 민간 중심의 의료공급체제가 코로나19를 잘 막아냈다고 하는 주장이다. 대구 경북의 분석 결과 전체 병상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 4명 중 3명을 진료한 반면, 전체 병상 중 90%를 보유한 민간병원은  나머지 1명만 진료한 데 그쳤다고 한다. 또 평소 질이 떨어지고 적자를 낸다고 찬밥 취급한 공공병원이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실제로 대구에서는 대구의료원 450병상, 국군대구병원 303병상, 대구산재병원 200병상, 대구보훈병원 90병상, 경북대병원 70병상 등 국공립 병원이 1,100병상을 마련했고, 여기에 포항의료원 등까지 나섰다. 반면 민간병원은 마침 계명대 동산병원이 이사 가고 남은 공간을 빌려서 200병상을 썼고, 대구카톨릭병원과 영남대병원 200병상을 쓴 것이 전부다.

이처럼 대구의 코로나 사태에서  공공의료는 위기상황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또  재난상황에서는 시민들의 생명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사실을 눈 앞에 두고도 정책은 정반대로 의료에 대한 자본의 개입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문재인 정권은 교묘하게 기업이 주장하는 의료 민영화의 논리 즉 자본의 개입을 통해 의료체계의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소리 소문없이 법령을 개정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의대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을 들고 나오니 그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공공의료 확대도 말은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진가를 발위한 공공병원은 속으로는 민영화되고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재정부족으로 고통을 받은지 오래다. 지금 시급한 것은 이런 공공병원에 대한 자본의 효율성(이윤 추구)을 거두고 이름 그대로 공공의료의 위상을 세워 주는 것이다. 그리고 난 후 장기적인 계획으로 사회 구성원의 숙의를 거쳐 공공의대 설립과 같은 의료정책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그런 사회적 숙의와 합의가 서툴러 시간이 걸리고 자칫 그것이 사회적 혼란으로 보여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허나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다. 근본적인 대책이란 이런 세계적 대유행병이 앞으로 어떻게 광범위하게 우리 일상에 퍼질것이며, 그 원인과 배경을 충분히 고려한 끝에 강구된 대응책이어야 한다.

일단 우리가 시작할 것은 이 재난상황이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시기에 경제적 부담을 노동자와 서민에게 떠넘기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면 당장 해야 할 일은 기업의 해고 금지이다. 그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 더불이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공간을 확보해주이야 하고 돌봄노동자들을 대폭 확대 고용해야 한다. 또한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에게 재난수당 등의 생계비가 지급 되어야 한다. 보건 의료 부분에서도 앞서 이야기했듯이 공공의료가 대폭 확충되고 필수적인 인공호흡기나 의료장비 마스크 등의 생산과 유통은 정부가 관리해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다. 그럼 또 상층부나 관료들은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들고 나올 것이다. 이런 기획재정부 인간들이 재벌에게 돈을 뿌릴 때는 어떤 반발도 없이 신속하게 처리했다. 어쩜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19의 위기는 야만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최대한 이 야만으로 가는 길을 막아야 한다.

로자룩셈부르크는 이 질문을 한 세기 전에 이미 던졌다. '야만인가, 자본주의 극복인가?' 라고.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이런 재난상황에서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방역권력이 아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손씻기도 아니다. 공생을 위한 필수적인 덕목은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소박한 인간의 '정'이며 타인의 삶도 적극 껴안으며 살아가야 내 삶도 보전될 수 있다는 '공생의 윤리'다. 이것이 깨진 사회를 상상해 보라. 한 세기 전에 절규했던 혁명가의 말이 우리의 외침이 되어야 한다.

"야만인가, 자본주의를 이기고 같이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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