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적벽대전’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동남풍을 ‘빌려오는’ 문제 때문이었다. ‘천하의 제갈량’이지만 ‘바람’을 빌려올 재간은 없었다.
그런 제갈량에게 어떤 노인이 한마디 던졌다.
“초겨울에 미꾸라지 배가 뒤집히면 이튿날 닭 울기 전에 동남풍이 온다고 했어.”
노인은 경험이 많은 법이라고 했다. 제갈량은 미꾸라지를 항아리에 넣고 관찰해보았다. 과연 노인의 말처럼 미꾸라지가 뒤집히면 바람이 밀려왔다. 제갈량은 그래도 조심스러웠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장비가 나서서 큰소리를 쳤다.
“그까짓 바람 따위는 내가 빌려오겠다.”
장비는 그러면서 석판 하나를 내밀었다. ‘풍우석(風雨石)’이라는 납작한 돌이었다.
신기한 돌이었다. 돌에 무늬가 생기면 약한 바람이 일었다. 그 무늬가 많아지면 큰바람이 불었다. 풍우석은 게다가 바람의 방향까지 나타내고 있었다. 무늬가 생기는 방향이 바람 부는 방향이었다.
날씨도 알 수 있었다. 돌이 건조하면 맑고, 축축하면 흐렸다. 물기가 맺힐 정도로 축축해지면 약한 비가 오고, 물방울이 생기면 큰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를 하는 신기한 돌이었다.
장비는 그 돌을 얻게 된 경위를 털어놨다.
유비가 조조 밑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을 때였다. 조조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는 위장이었지만, 성질 급한 장비는 그게 못마땅했다. 유비에게 불평을 늘어놓다가 칼을 갈 숫돌을 구한다며 뛰쳐나갔다.
어떤 도교 사원에 들렀더니 적당한 석판이 보였다. 장비는 다짜고짜 사원의 도사에게 석판을 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쉽게 내줄 리 없었다.
둘은 실력을 겨루게 되었다. 도사의 칼 솜씨는 놀라웠다. 적수를 만난 적이 없던 장비가 쩔쩔맬 정도였다. 장비와 도사는 상대방의 실력에 감탄하면서 싸움을 멈추고 통성명을 했다.
장비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도사는 선뜻 석판을 넘겨줬다. 풍우석은 그렇게 얻게 된 것이었다.
제갈량은 그래도 반신반의였다. 장비는 “그렇다면 내 목을 걸겠다”고 장담했다.
제갈량은 마지막으로 확인해보았다. 풍우석에 무늬가 나타날 때, 항아리 속을 살폈더니 미꾸라지의 배도 뒤집히고 있었다. 바람의 방향도 바뀌고 있었다.
제갈량은 그때야 주유에게 “동남풍을 빌려오겠다”고 통보했고, 주유는 전군에 동원령을 내리고 화공을 준비했다. ‘적벽대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 풍우석은 지금도 장비의 사당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전해 내려오는 얘기다.
이번 ‘물폭탄’의 피해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침수지역에 산사태가 겹치면서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가축이 떠내려가고 논밭은 ‘호수’가 되고 있었다.
경남 산청군의 경우는 3만 명 넘는 전 주민에게 “즉시 안전지대로 대피하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기상청이 엄청난 ‘괴물폭우’가 쏟아질 것은 예측하지 못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래서 돌이켜보는 장비의 풍우석이다. 풍우석을 빌려왔더라면 혹시 ‘괴물폭우’에 더 효ㅘ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