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얘기다.
삼장법사를 모시고 서천으로 불경을 얻으러 가던 손오공은 때아니게 날이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 가을인데도 선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워지는 것이다.
‘화염산’ 때문이었다. 사방 800리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인데, 온통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그 바람에 풀 한 포기도 자라지 못했다.
일행은 발이 묶이고 말았다. 손오공이라면 간단하게 돌파하겠지만, 나머지는 불 속을 뚫고 산을 넘을 재간이 없었다.
불을 끄는 방법이 있기는 했다. 취운산 파초동의 철선공주가 가지고 있는 ‘파초선(芭蕉扇)’이라는 부채를 빌리면 가능했다. 철선공주는 나찰녀(羅刹女)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손오공은 나찰녀와 악연이 있었다. 나찰녀의 어미인 홍해아라는 요괴와 싸운 적 있던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손오공은 나찰녀를 찾아갔다.
나찰녀는 파초선을 빌려주는 대신 손오공을 향해 흔들었다. 손오공은 그 부채 바람에 밤새도록 날아가 ‘소수미산’ 꼭대기에 떨어졌다. 무려 5만 리나 날아간 것이다. 보통사람은 부채질 한 번에 8만4000리를 날아간다고 했다.
손오공은 날아온 김에 소수미산에 있는 영길보살에게 하소연했다. 보살은 ‘정풍단(定風丹)’ 한 알을 주었다. 입에 물고 있으면 아무리 심한 바람에도 끄떡없다는 약이다.
손오공은 다시 나찰녀에게 달려갔다. 나찰녀는 파초선을 2∼3번 흔들어서 아예 돌아올 수 없도록 날려버리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풍단을 물고 있던 손오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찰녀가 당황해서 도망치자 손오공은 하루살이로 둔갑해 쫓아갔다. 찻잔에 붙어 있다가 나찰녀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뱃속에서 마구 날뛰자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부채를 넘겨줬다.
그러나 나찰녀가 손오공에게 준 것은 ‘가짜 부채’였다. 부채질을 할수록 불이 더욱 맹렬하게 타올랐다. 오늘날 악명 높은 중국의 ‘짝퉁’은 손오공 시대에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두 번이나 실패한 손오공은 전략을 바꿔 나찰녀의 남편인 우마왕(牛魔王)으로 둔갑해서 ‘진짜 파초선’ 얻을 수 있었다. 49번 부채질을 해서 화염산의 불을 완전히 끌 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이 ‘파초선’을 두어 차례 언급했는데, 또 다른 ‘파초선’도 등장하고 있다. ‘갑질’ 장관 후보자와 ‘표절’ 장관 후보자를 향한 파초선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들을 밀어내려고 파초선을 흔들어댔다. 사회단체 등도 가세했다. ‘자진 사퇴’도 촉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사퇴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후보자들은 그래도 정풍단을 믿는 모양새였다. 그렇지만 ‘대통령표 정풍단’이 절대적이지는 못한 듯했다. ‘표절’ 장관 후보자는 탈락하고 있었다.
파초선은 국민의힘 안에서도 요란해지고 있다. 혁신위원장이 ‘인적 쇄신 대상’을 향해 “거취를 밝히라”며 흔드는 파초선이다. 이들도 정풍단을 물고 있는지, 혁신위원장에게 돌려준 것은 ‘다구리’라는 보도다.
그런데 정풍단이 필요한 것은 어쩌면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전체다. 지지율이 폭락해도 싸움질이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국민의힘이 파초선 바람에 휩쓸리듯 해산 또는 해체될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