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지난주 군인권센터가 수도권 육군 보병부대 사단장의 ‘갑질’ 의혹을 공개했다. 부하들에게 두릅을 채집하고, 공관 뒤에 닭장을 만들도록 했다고 한다. 허벅지를 걷어찬 일도 있고,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의혹도 있었다.
장군인 사단장은 사병들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이다. 사단장에게 ‘거수경례’를 올린다. 그것도 ‘충성’, ‘승전’, ‘단결’ 등의 구호를 목청껏 외치는 경례다. 군대는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하늘 같은 장군’이 국회의원에게 ‘군기를 잡힌 사건’이 오래전에 있었다.
장군 출신인 국회의원이 국회 국방위에서 “경례를 절도 있게 하는 장군이 한 명도 없다”며 “출근하기 전에 거울을 보며 연습해서 군인의 기본자세를 다시 배워야 할 것”이라고 호통친 것이다. 일부 장성급 간부들이 ‘군번줄’을 차지 않고 있다고 꾸짖기도 했다. “나는 현역 복무할 때 단 한 번도 군번줄을 매지 않은 적이 없다”며 혼낸 것이다.
국회의원은 사병들의 ‘갑’인 장군보다 ‘더 높은 갑’인 듯했다. 어쩌면 ‘선배 장군’이 ‘후배 장군’을 질타했을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국회의원의 대단한 ‘끗발’이 아닐 수 없었다.
‘장관’도 다르기는 힘들었다.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해양수산부의 경우가 그랬다. 국회의 국정조사를 앞두고 ‘예행연습’을 한 것이다.
이틀 동안 8시간에 걸친 ‘리허설’이었다고 했다. 과장들이 국회의원 역할을 맡고, 실·국장들은 장관 뒤에 배석하는 ‘예행연습’이었다.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도, 장관의 답변이 매끄럽지 못하다며 차관과 실·국장에게 질의를 하기도 했다. 장관은 ‘왕따’ 되고 있었다.
‘예행연습’은 더 있었다. 대기업 총수들의 ‘예행연습’이다.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 때 있었던 ‘모의 청문회’다.
총수들은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만들어 달달 외우고 있었다. 국회의원의 ‘돌발 질문’에도 대비, 총수들이 망신당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어떤 정부 부처의 경우는 국정조사가 장시간 계속되자 ‘만찬’을 마련했었다. 국회의원과 부처 고위 간부가 그 ‘만찬’을 즐기는 바람에 밑에서 자료 등을 챙겨주던 공무원 가운데 상당수는 저녁밥을 굶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장관도, 대기업 총수도 ‘갑’이 아닐 수 없다. 장관은 기업을 소집할 수 있고, 총수는 계열기업 위에 군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갑’이 국회의원 앞에서는 ‘을’이다. 국회의원은 ‘갑 위의 갑’인 셈이다. “권위적인 국회의원이 성남 지역 선출직 시·도의원들에게도 일상적으로 갑질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작년 초 한국교육개발원과 교육정책 네트워크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4점 만점에 1.99점으로 꼴등, 정치인은 2.05점으로 그다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의 2.23점보다도 낮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끗발만큼은 ‘갑 위의 갑’이다. 혹시 그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옛말에도 “칼에 찔린 상처는 쉽게 나을 수 있어도, 악한 말의 여파는 소멸되기 어렵다(刀瘡易可 惡語難消)”고 했다. 갑질‘ 당하는 심정도 좀처럼 아물기 어려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