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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소련 하면 떠오르는 것이 '줄 서 있는 인민들', '엄청나게 긴 줄', '햄 한 덩이 사기 위해 엄청나게 길게 늘어선 줄' 이런 만성적인 생필품 부족이다. 이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소련 사회의 특징이 된 것이다.

그런데 생필품이라고 말할 때 여러가지 측면이 있다. 소비재 특히 사치품들은 자본주의 사회에 비해 부족했지만,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나 교육 문화 예술에 있어서는 상당한 수준을 러시아 인민은 보장 받았다.

특히 문화 예술에 대한 정책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볼쇼이 발레단, 이런 고급예술들은 사실 제정 러시아 때 귀족들을 위한 문화였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혁명 볼쉐비키들은 이런 귀족들을 위한 사치스러운 문화를 다 탄압하고 폐쇄시켜야 했다. 하지만,볼쉐비키들은 혁명 후 이것을 폐쇄시킨 것이 아니라 이것을 그대로 유지하되 무료 전국 순회공연을 시켰다. 인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하게 했던 것이다. 이것은 소련이 붕괴 되기 전 까지 일관되게 유지했던 했던 정책들이다.

물론 사람들은 차르와 세계 대전이 그들에게 물려준 가난과 문맹까지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10월 혁명과 스탈린이 권력을 최종적으로 공고화했던 그 시기 사이에는 이러한 비참한 조건 속에서도 대다수 계급에게 새로운 문이 열리는 흥분된 사회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예술과 문화가 폭발했다. 최첨단의 화가와 조각가들이 러시아 도시의 광장을 그들의 미래파 예술 작품으로 장식했다. 기록에 따르면 레닌은 미래파를 싫어했지만 그렇다고 미래파 잡지인<코뭔의 예술>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을 멈추지는 않았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발레 공연장과 극장은 대중에게 개방되었다. 문화집단과 노동자 위원회가 함께 예술과 예술 교육을 공장 안으로 들여왔다.

이렇게 우리가 자본주의 상식으로 생각하는 사회주의는 모든 예술을 억압하고 파괴했을 것이고 그에 대한 지원은 혁명을 찬성하는 예술 뿐이었다, 라는 선동은 사실과 다르다. 사회주의는 능력 있는 예술가를 평등에 대한 위협으로 여기지도 않고, 개별 예술가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이전에는 엘리트적이었던 예술 세계를 노동자와 농민 대중에게 개방하는 것 사이에서 어떤 모순도 느끼지 않았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 '예술을 모든 것에 앞서서 지원하고 보호해야 되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 그 예술이 모든 인민들에게 개방되어 같이 향유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소련이 붕괴되고 나서 그곳을 방문했던 서방 사람들이 놀랬던 것이 아주 보통 노동자들이 클래씩 음악이나 발레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 북콘서트를 하는 작가나 서평가들에 대한 내 비판적 인식은 문화 예술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아니 그 반대다. 다만 그 예술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이 어딘가에 대한 물음이었고 그 대답과 성찰은 작가들 스스로 꼭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공상 과학 소설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큰 적대자로 여겨지는 사회주의는 잿빛 디스토피아로 묘사되는데, 이는 많은 예술가가 자본주의에 대해 갖는 양면적 태도를 반영한다. 예술가들은 종종 그들이 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반인간적 가치와 상업화된 문화를 역겨워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창의적인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도 안다.(물론 그것이 팔려야 하지만 말이다). 예술가들은 자본주의 외에 다른 체제를 상상하지 않는 것은 다른 체제가 그들의 위치를 빼앗고 단순한 노동자 수준으로 끌어내릴까 두려워서가 아닐까?

말은 삶이 예술이고 삶보다 고위한 예술은 없으며 자신들도 그런 삶을 찬양하는 예술 노동자라고 말하지만 혹 그들은 예술가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의 예술적 표현의 가치를 인정하고(공장에서의 구호, 파업에서 외치는 노동자들의 외침) 복돋아 주는 세계를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을 나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의 질문을 문학하는 사람들의 창작 활동을 폄훼하거나, '니들도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라' 는 말로 해석되는 것은 나에게 너무 뼈아픈 일이다. 또 어떤 이는 댓글로 '노동해방' '노동자' '지껄이는 인간들하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힘들게 창작하는 작가들 돕는다는데 무슨 비난이냐' 라는 말 앞에서 나는 어떡 벽을 느꼈다.

그리고 나에게 돌아온 마지막 말 '니가 할 수 있는 것이 뭔데..' 이 말에 대한 답을 나는 언제까지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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