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기억하여 복원의 좌표로 삼고, 미래의 한강을 만들어가야 한다.

책 표지. 사진=최인기
책 표지. 사진=최인기

몇 년 전 저자 김원으로부터 한강을 주제로 한 책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젠가 인사동 찻집에서 사진을 한 장 보여주었다. 오래된 한강의 항공사진 이라며, 이에 대한 설명을 열정적으로 들려주었다. 아마도 이번에 나온 책이 그날 이야기한 한강, 1968 복원의 시대를 위해 돌아보는 1968년 이후 한강상실의 이력에 대한 구성이었나 보다.

책의 도입 부분에서도 197543일 찍은 여의도 인근 한강 항공사진 앞에서의 심정을 이야기한다. 모래를 파헤치고 있는 현장 사진으로 트럭이 다니는 몇 가닥 좁은 길이 나 있고, 손톱으로 할퀸 것 같은 흔적들이 모래사장 위에 수도 없이 펼쳐져 있다" 고 소개한다.

저자는 “1894년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비숑'천국의 향기' 같다고 표현하며, ‘하얀 모래와 황금색 조약돌’, '존재와 수정처럼 맑은 물 '이라 감탄했다.” 고 한다. 그는 영국 왕립지리학회 최초의 여성으로 네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11개월 동안 산과 강이 어우러진 한강을 답사했다. 우리에게 이런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100년 전 한강 앞에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이곳의 아름다움을 그저 기술공학적으로 강을 바라보기 시작했는데 “1926년부터 1934년까지 시행된 한강의 개수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치수를 위해 제방 축조, 하상굴착, 직강화 등의 사업을 시행했다. 더불어 내수 배제를 위해 유수지와 배수펌프장도 설치했다.” 27쪽 사진을 보면, 마치 사람 몸을 휘감고 있는 핏줄처럼, 당시만 해도 한강이 섬과 모래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1960년대 초반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본격적인 한강 개발의 신호탄은 ‘1968210일 밤섬 폭파부터다. 한강의 외형은 1970년대 전후 빠르게 매립되고 준설되었다. 10개 정도의 섬이 사라지고 반포, 잠실, 동부이촌동, 압구정동, 여의도 등 모두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한술 더 뜬다.

198265일 기본계획을 수립 착수하며, 4년 후인 1986910한강종합개발을 준공한다. 기본계획이나 실시 설계도 없이 공사를 시작했다고 전한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던 시절이다. 86년 아시안 게임 및 88 올림픽을 대비한 도시환경개선 사업으로 새로운 공간의 창출을 위해서였다. 저자의 책에 따르면 이때 행주대교에서 암사동까지 36킬로미터 구간의 저수로 폭을 725~1.175 미터로 만들고, 수심을 2.5미터 이상 되도록 하였다. 유람선 운항이 저수로 정비의 목적이었고, 준설작업으로 골재 채취가 시작된다. 그리고 양쪽이 보를 쌓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하늘에는 조각구름이 떠 있고, 강물에는 유람선이 떠 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정수라가 부른 '아 대한민국'이다. 방송과 거리에서 울려 퍼졌던 노래다. 독재 치하 국민은 알 수 없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한강 준설과 골재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었다. 저자는 여기서 들어온 수익이 '정치자금'으로 쓰여졌을 거라 합리적 의심을 한다.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강종합개발사업의 시행자였고, 다시 4대강 사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을 것이란다.

나도 어린 시절 여름 방학이면 형제들과 뚝섬으로 강 수욕을 하러 갔던 기억이 있다. 가난했던 시절 온 가족이 물놀이하던 유일한 피서지였다. 하지만 백사장의 모습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았다. 이에 대하여 과거 한강은 제방이 있었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수만 명이 수영했고, 수십만 명의 군중이 정치 집회를 했다. 그러나 1970~ 1980년대 한강 종합개발 사업으로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강변 고속도로는 사람을 완벽히 차단했기 때문이란다. 한강은 멀리서 바라보는 곳이 되었다. 단차 없이 하나의 곡선이던 하천을 여러 개의 단으로 구분했다, 지적한다. 잔잔한 물가가 사라지고 낙차가 생겨 들어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강연회에서 사인을 하는 저자. 사진=최인기
강연회에서 사인을 하는 저자. 사진=최인기

계속해서 저자의 책을 따라가 보면, 한강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문제로 1988년 준공한 신곡 수중보를 들기도 한다.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생물의 이동을 차단해 한강 전체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난지도는 매립된 쓰레기로 인해 높이 94m-99m의 거대한 산이 되었다. ‘여의도를 둘러싼 이야기도 흥미롭다. 19169월 여의도에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장이 생겼다. 홍수가 나면 잠기지만, 평상시 모래가 넓게 펼쳐진 곳으로 지금보다 3.3배 정도 더 컸다 하니, 오래전 한 외국인이 봤던 황금빛모래사장을 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선유도도 마찬가지다. 시대마다 도시와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꿨다. 유람선을 띄우기 위해 만들어진 잠실 수중보도 한강을 가로질러 막고 있어서 물 흐름을 단절시킨다. 한강을 둘러싼 주요 지류에 대한 이야기도 차근차근 사진과 도표를 비교해 보면 변화를 느낄 것이다.

1980년대 학창시절 여의도 마포대교를 지나던 30번 버스 안에서 바라본 한강은 군데군데 모래사장과 물웅덩이를 볼 수 있었다. 강 가운데 모레를 파는 것을 바라보았다. 1969년 한강 두면 폭이 마포대교를 기준으로 불과 200미터 였음을 고려하면, 수영으로 한강을 건너다녔다는 어른들의 말이 사실이었을 것이다.

저자의 판단은 단호하다. 최근 들어 한강에 대한 개발은 '‘한강르네상스또는 한강그레이트등의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단편적인 대책에 머물고 있을 뿐이라며, 공원을 만든다는 인식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한강을 기억하여 복원의 좌표로 삼고, 그 좌표를 따라 미래의 한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연회에 참석한 동자동 주민들. 사진=최인기
강연회에 참석한 동자동 주민들. 사진=최인기

나는 언젠가 저자에게 4대강 일대의 개발현장을 폭로한 다큐멘타리 사진집 흐르지 않는 강 증언, 4대강 개발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지은이가 김산이라는 사람인데 그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웃으며 곧 본인이라고 밝혔다. 오래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4대강 사업이 추진될 당시 정부출연 기관에 재직 중이라 어쩔 수 없이 가명으로 출판을 하게 되었다고 귀띔해줘서 알게 되었다. 그는 이밖에도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러니까 서울역 건너편 동자동일대 쪽방 지역을 방문하여 이곳의 소식과 현실을 알렸다. 르포와 사진작가들이 방문하던 곳이기에 그러려니 했다. 대부분 소기의 성과가 달성되면 뜸해지기 마련인데, 저자는 지금까지 쪽방사람들과 호형호제하며 잘 지내고 있다. 이밖에도 갤러리 꽃피다에서 파안의 사계 (동광원 사람들)’ 사진전시를 가진 바 있고, 같은 제목으로 눈빛 출판사에서 사진집을 제작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사진작가로 인숙한 사람이다.

카레 코식(Karea kosik)’이라는 1960년대 체코의 철학자가 있다. 그는 인간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영역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그의 존재의 한쪽은 역사 속에서, 다른 한쪽은 자연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항상 역사와 자연 속에서 동시에 사는 것이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의 중간 중간에 강에 인위적인 변형을 가하면, 강은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 적응하거나 변화 한다고.” 이야기 한다. 한강위에 밤처럼 생겨서 밤섬으로 불렀던 섬이 있다. 당시 만해도 사람이 살았고, 활터였으며 뽕밭이었다고 한다. 1968년 한강의 폭과 윤중제를 건설하기 위해 폭파하면서 사라진 밤섬이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한강의 복원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원래 흐르는 물길을 복원하는 것, 강의 폭을 넓혀 물이 자유롭게 흐르게 하는 것, 인공적으로 직선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강물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구불구불한 원형의 물길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한강을 비롯한 자연에게 더 이상 인위적 행위로 인한 상처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연은 재앙으로 되갚아 준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는 순간 늦기 때문이다. 돈으로 환원되는 경제성과 효율성에 기반 한 자연은 기후위기처럼 반격을 시도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은 자연을 인간화하고, 절대적인 전체로서 자연을 알고 또 반드시 인식해야 할 이유다. 김원 저자는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한다. 원래 있었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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