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단호한 사유로 김건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철창 신세를 지는 참담한 기록이 남았다.
영장 심문은 법리의 무게로 끝났다. 정재욱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인멸 우려’를 명시했고, 특검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반 클리프 아펠’ 목걸이의 진품 실물과 공여자의 자수서를 제시하며 김건희 측의 부인을 정면으로 압박했다. 목걸이를 산 이가 누구였고 어떻게 전달됐는지, 그 대가가 무엇을 겨냥했는지에 대해선 이미 실물과 진술, 구매 이력이라는 세 갈래의 끈이 재판부 책상 위로 모였다.
사건의 외곽을 에워싼 명품 시계 정황은 더 노골적이다. ‘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 모델, 이른바 ‘영부인 할인’으로 3500만 원대에 구입해 전달됐다는 진술이 교차 확인됐고, ‘김건희가 먼저 관심을 보였고 직접 통화로 신분 확인까지 했다’는 건 변명의 여지를 좁힌다.
차명 계좌의 육성은 결정적이다. ‘거기 계좌로 3억 원을 넣었다, 차명으로 하는 것이니 알고 있으라’는 녹취, 그리고 명의인이 전직 방송인 김범수였다는 연결 고리는 도이치모터스 거래 이익과 함께 수사선 위에 정리됐다. 단지 ‘결혼 전 일’로 묻기에는 특검이 추적한 돈과 증거의 방향이 권력의 주변을 너무 정확히 가리킨다.
부끄러움은 언론의 사설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참담하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는 제목은 도덕적 탄식을 넘어 체제의 자정능력을 묻는 준엄한 질문이다. ‘충격적 뇌물 수수’라 규정하고 ‘석고대죄’를 촉구하는 문장은, 사법의 칼날이 겨눈 곳이 개인의 일탈을 넘어 권력의 일상화된 특권이었다는 자백이기도 하다.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의 배후’라는 평가는, 눈앞에서 벌어졌던 무수한 수상쩍음이 결코 착시가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내외는 무엇이 그리 궁했는가. 권력은 그 자체로 국가가 부여한 가장 큰 신임이며, 대통령의 이름 석 자만으로도 만천하를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영부인 할인’ 몇 푼의 단맛과 목걸이 한 줄의 광택을 좇아 국정의 품격을 팔아넘겼다면, 그것은 단지 형사법의 문제가 아니라 공화국에 대한 모욕이다. 권력은 사소한 사적 편익과 타협하는 순간 공공성의 지위를 잃는다.
국민에게도 책임의 몫이 돌아온다. 표는 위임이자 감시의 약속이고, 견제는 선거일 하루가 아니라 매일의 시민적 습관이어야 한다. ‘창피하고 또 창피하다’는 감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참담함을 제도적 안전장치로 바꾸지 못하면, 다음 권력도 같은 길을 간다. 선물과 접대, 이해충돌과 공여·수수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공개하는 강제 규범, 영부인·영부속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여 모든 접촉과 수수를 공적 기록으로 남기는 제도, 대통령 친인척·사적 네트워크의 이익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이해충돌 방지법의 실효 강화가 그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