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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어느 봄날이었다. 고려 때 선비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아내가 가죽옷을 챙기고 있었다. 가죽옷이니, 따뜻한 털이 달린 동복이었을 것이다.

이규보는 왜 겨울에 입을 가죽옷을 갑자기 찾는지 물었다. 먹을 양식이 떨어져서 옷을 저당 잡혀야겠다는 대답이었다.

이규보는 아내를 꾸짖었다, 날이 다시 추워지면 무엇을 입으라고 옷을 처분하려는가 윽박질렀다.

아내가 한숨을 쉬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좋은 옷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 바느질해서 만든 옷이어요. 아까운 마음은 내가 더해요. 그래도 당장 먹고사는 게 급해서 그래요(口腹急於斯). 하루에 두 끼도 먹지 못하면 허기가 진다고 했어요. 굶주리다 보면 곧 죽을 텐데, 웬 겨울옷 걱정인가요."

이규보는 아차싶었다. 낯이 뜨거워졌다. 아내에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규보는 눈물로 턱을 적시며 전의유감시최군종번(典衣有感示崔君宗藩)’이라는 글을 썼다. ‘옷 저당 잡히는 느낌을 최종번에게 보여주는 글이다. 최종번은 아마도 이규보의 친구나 동료일 것이다.

오늘날 1인당 소득 3만 달러 넘는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옷을 잡혀서 먹을거리를 구하는 일은 아마도 거의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먹고사는 걱정은 이규보의 글처럼 남편보다 아내가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서민 아내들은 옷 한 벌을 살 때도 대체로 세일이다. 한여름에 겨울옷을 사고 있다. 그래야 가격이 좀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민 아내는 그렇게 장만한 옷을 여름 내내 묵혀두었다가 겨울이 되어야 걸치고 있다. ‘유행상품따위는 남의 일이다.

먹을거리도 다를 수 없다. 치솟는 물가를 껄끄러워하고 있다. 가까운 가게를 두고 멀리 떨어진 가게에서 조금이라도 싼 먹을거리를 사고 있다. 세일 소식이 들리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서 줄을 서고 있다. ‘소비쿠폰덕분에 모처럼 포식할 생각을 해보고 있다.

그런 서민 아내를 기죽이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받았다는 명품 시리즈.

보도에 따르면, 반클리프라는 목걸이는 6000만 원대라고 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라는 시계는 5000만 원대라고 했다. 합치면 간단하게 을 넘고 있다.

시계는 ‘VIP 할인을 받았다는데, 3500만 원이나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었다.

샤넬 백은 1271만 원짜리와 802만 원짜리라고 했다. 특검팀이 자택 압수수색에서 확인한 샤넬 신발도 12켤레나 되었다는 보도다. 신발까지 샤넬이었다.

포토라인에 섰을 때의 포토라인 패션도 소개되고 있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긴팔 정장을 입고, ‘HOPE’라는 단어가 새겨진 검은색 토드백을 들고 있었다고 했다. 그 백의 공식 판매가격은 148000원이라고 했다.

검은색 구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제품으로 추정되는데, 2022년경 출시 당시 정가는 875달러, 우리 돈으로 120만 원 수준이라고 했다.

김 여사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다. 그 아무것도 아닌 김 여사에게 잘못을 하나 더 보탠다면 서민 아내 기죽인 죄쯤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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