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참사 3주기 추모 행동 다짐의 글 중에서

이상기후는 매번 최대, 최장, 최악으로 이어진다.
기후재난의 그림자는 모든 곳에 드리워져 있지만,
피해는 낮은 곳으로부터 차오른다.

가난한 사람, 장애를가진 사람, 이상기후에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먼저 희생된다.
3년 전 반지하 폭우참사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불평등이 재난이다.
여전히 해결은 멀다.
반지하참사 이후 많은 대책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주한 가구는 고작 2%에 불과했고,
소유자들은 집값이 떨어진다며, 차수판 설치를 거부했다.
서울시는 반지하 밀집 지역에 재개발 인센티브를 부여해,
참사를 투기개발의 또 다른 명분으로 삼았다.
이곳 서울에서 반지하주택에 약 40만 명이 살지만, 취약한 이들이
기댈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우리에겐 다른 세상이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같은 멋져 보이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은 진짜 위기, 진짜 해법을 가린다.
값비싼 집값, 오르는 땅 값을 만들기 위해 세입자와 가난한 사람을 내몰고,
노동을, 사람을 헐값으로 만들어 곳곳에서 죽음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 도시를 바꿔내자.
안전과 생존의 위기 앞에서 이윤만을 되뇌는 자본의 논리를 끊어내자.
그리고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방식을 구축하자.

추모하는 우리는 요구한다.
우리는 집을 요구한다.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흉기 같은 집이 아니라,
걱정 없이 서로를 돌볼 집을 요구한다.
우리는 기후위기에 맞선 정의로운 대안을 요구한다.
여름에는 비가 새고 겨울에는 추위에 떠는 집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소수를 위한 성채와 같은 고급 아파트를 짓는 민간개발 또한 반대한다.
우리는 더 많은 공공성으로 모두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