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네바다 사막의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심상치 않은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 뒤편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이 소리는 단순한 관광업의 부진을 넘어, 미국 경제 전체의 균열을 보여주는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습니다.
충격적인 수치들이 이를 증명합니다. 라스베이거스 방문객 수는 무려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며, 올 상반기에만 7.3%나 급감했습니다. 특히 국제 관광객의 이탈이 심각합니다. 독일, 스페인, 영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의 방문객 수가 17~28%까지 줄어든 현상은 2018년 이후 팬데믹을 제외하고는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이 추세가 라스베이거스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현상의 원인으로, 뜻밖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관세와 이민 정책을 강화하며 비자 수수료를 250달러나 인상하고 국경 통제를 까다롭게 만든 결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감정적인 반발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발 미국행 항공편 예약이 70%나 급감한 것은 단순한 경제적 부담을 넘어, '미국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현상이 현재 미국 경제의 고착화된 'K자형 양극화'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부유층은 여전히 지갑을 열어 고급 호텔 방문객 수가 3% 늘었지만, 서민층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하며 저가 호텔 방문객 수는 1.5% 줄었습니다. 이는 항공기 대신 도로를 이용하는 방문객이 1.5% 증가했다는 데이터와 함께, 여행 방식마저도 소비 양극화에 맞춰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월가 역시 이 경고음을 외면하지 않고 있습니다. TS 롬바드는 "여행 수요는 경기 둔화의 전조일 수 있다"고 경고했고, 도이체방크는 "국제 방문객 없이는 의미 있는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히 관광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추진된 보호무역 정책이 미국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을 위축시키는 정책적 모순이 드러난 순간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화려한 불빛 아래 숨겨진 경제의 민낯을, 라스베이거스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