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SK 제공
최태원 SK회장. SK 제공

SK하이닉스 노사가 임금 6% 인상과 영업이익 10% 연동, 상한 폐지에 합의했다. 보상의 투명성을 앞세운 대형 실험이다. 동기부여와 인재유치에는 분명한 플러스지만, 현장이 걱정하는 지점도 명확하다.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의 고액이 불황의 급감으로 돌아오면 체감 박탈감이 신뢰를 해친다. 그래서 성과급은 분배만큼 완충이 중요하다. 호황분 적립으로 불황 하방을 받치는 스무딩 없이는 약속의 일관성이 흔들린다.

공정성도 관건이다. 회사 단위의 영업이익만으로는 개인과 팀, 프로젝트의 기여가 흐려진다. 무임승차 논란을 피하려면 개인·팀·회사 3층 구조와 프로젝트별 역할·가중치 공개가 필요하다. 산식과 데이터 출처를 상시 공개하는 투명성이 신뢰의 바닥을 만든다.

숫자 쏠림의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단기 실적은 선명하지만, 장기 R&D·품질·안전은 느리다. 불량률·안전사고·준법 위반을 가드레일로 걸어 성과가 좋아도 기준을 넘으면 자동 감산되도록 해야 한다. 번아웃은 곧 품질 리스크로 이어진다. 로테이션과 휴식, 필요한 인력 보강은 복지가 아니라 생산성 방어선이다.

이번 합의가 윈-윈으로 남으려면 운영의 디테일이 성패를 가른다. 지연 지급분의 장기성과 연동, 외부 검증을 통한 산식 점검, 지표 변경 예고제, 제한적 동료평가로 협업을 해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를 줄이는 장치가 그것이다.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규칙을 지키는 일관성이 있을 때 오늘의 보상은 내일의 생산성이 된다. 숫자는 동기를 만든다. 신뢰는 속도를 지속시킨다. 지금 필요한 건 돈의 크기보다 룰의 품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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