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조지아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대규모 단속 사태는 ‘뒤통수’가 아니라 ‘자초한 참사’다. 미국은 단기체류 비자의 현장 근로 투입 관행을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그럼에도 원청과 하청은 일정을 이유로 비자 리스크를 방치했고, 컴플라이언스는 전시행정에 머물렀다. 경고가 있었고 위법 가능성을 알았으며, 회피 대신 강행을 택했다면 책임의 1순위는 기업의 운영 실패에 놓여야 한다.
핵심은 구조적 무능이다. 하청·협력사 인력의 취업비자 발급 난관이 오래된 과제였음에도, 대체 시나리오와 합법 투입 매뉴얼은 부재했다. 공정 초기 수율 확보 명분으로 단기 비자 의존을 상수화했고, 현장 준법감시는 들쭉날쭉했다. ‘일정’이 ‘법’을 이기는 조직문화 속에서 리스크는 축적됐고, 단속은 예고된 결과였다. 정치적 환경 또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 단속과 국내 고용 우선 기조를 노골적으로 천명해왔다. 그 현실을 알면서도 현장을 정합적으로 정비하지 않았다면, 이는 판단의 실패이며 관리의 붕괴다.
국익 훼손도 있다. 관세·투자·비자 현안이 얽힌 국면에서 대규모 체포와 전세기 송환은 한국 제조의 신뢰 비용을 키웠다. “자진 출국으로 추방 기록은 피했다”는 해명은 근본 처방이 아니다. 협상력은 정합성에서 나온다. 합법 인력 운영을 담보하지 못하는 기업이 글로벌 거점 운영 능력을 말할 자격은 없다.
하청까지 포괄하는 취업비자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하고, 공정별 합법 투입 기준과 위반 시 즉시 중단·대체 프로토콜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모욕’으로 포장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산업은 감정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법과 시스템, 인력과 공정이 맞물릴 때만 경쟁력이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