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혀 깨문 최말자씨 61년 만에 무죄
부산지법 “중상해 증거 부족… 정당방위 인정"

[뉴스클레임]
“오늘의 이 영광은 여러분들의 힘과 노력 덕분입니다.” 성폭행을 막으려다 가해 남성의 혀를 깨물었던 이유로 중상해 혐의에 몰려 유죄를 받았던 최말자씨가 6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그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했다.
10일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현순 부장판사)는 최씨의 중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중상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61년 4개월 4일, 재심 청구일로부터 5년 4개월 4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이날 판결을 지켜보던 시민들과 연대자들은 함께 환호했다. 여성단체 회원들과 지지자들은 ‘최말자가 해냈다’, ‘정당방위 인정’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하늘로 던지며 판결의 의미를 기렸다. 오랜 시간 억울함을 안고 살아온 피해자의 무죄가 확인된 순간,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보였다.
1964년 발생한 이른바 ‘혀 절단 사건’은 성폭력을 막기 위해 저항한 여성이 오히려 유죄 판결을 받은 대표적 억울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당시 법원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최씨는 사회적으로 ‘가해자’란 낙인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 했다.
이후 최씨는 여성단체와 변호인단의 지원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5년 넘게 법정에서 결백을 입증해왔다. 긴 싸움 끝에 내려진 이번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재심에서 처음으로 법원이 인정한 사례로 기록됐다.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씨는 지난 세월을 떠올렸다.
그는 “주변에선 바위에 계란치기라고 만류했다. 하지만 나는 주변의 인연들을 용기와 힘의 도움으로 받아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고 전했다.
이어 “역사와 기록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헌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헌법이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 권력을 남용해 약자를 짓밟고 법을 악용한 이들이 문제였다"면서 "이 영광은 여러분들의 힘, 노력 덕분이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