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굴욕적 대미투자 강요·한국 노동자 폭력적 인권유린, 미 트럼프 정부 규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사진=민주노총
9일 오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굴욕적 대미투자 강요·한국 노동자 폭력적 인권유린, 미 트럼프 정부 규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사진=민주노총

조조는 한실의 명분으로 군웅들에게 법과 정의를 들이대지만, 필요하면 약자만 골라서 압박했고, 유비와 손권은 동맹도 거래일 뿐이었다. 손권은 유비에게 형주를 내놓으라며 적벽대전의 협력도 한순간에 뒤집는다. 강자에게 있어서 약자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 언제든 편의대로 바꿀 수 있는 변수에 불과했다.  

지금 미국이 한국을 대하는 구도 역시 다르지 않다. 동맹과 우호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자국의 이익과 안보 우선 논리만이 흐른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노동자 체포, 경제·기술 분야의 강압적 요구, 자유·인권·투자 안정성은 표면만 챙길 뿐, 미국의 필요에 따라 기준을 바꾸고 일방적 결정을 내린다.

“만만한 자만 보고 덤빈다”는 말처럼, 강자는 약자에게만 자신들의 룰을 들이민다. 약자가 그 룰을 그대로 수용하면, 협상의 운전대는 끝까지 쥐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외교는 약소 군웅처럼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원칙과 힘, 논리를 가지고 주도권을 쟁취할 것인가?  

만만하게 보여선 안 된다. 시대의 변화와 필요를 읽고, 협상의 룰을 자기 손으로 만들 때만이 더 이상 미국의 변덕에 '호구' 취급받지 않고 세계사의 주체가 된다.

강자와 강자의 시대, 외교도 생존의 싸움이다. 삼국지에서 주도권을 뺏긴 세력의 말로처럼, 오늘의 한국이 역사에 무력하게 남지 않으려면 지금이야말로 목소리와 원칙, 실질적 연대를 내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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