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경제는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금융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내놓은 심층 분석은 이러한 낙관론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흥미롭게도 이 분석은, 현재 미국 경제의 건강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취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집니다.
공식적인 경제 지표는 견고해 보이지만, FT는 미국이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캘리포니아대 미샤야 교수의 알고리즘 분석은 현재 미국이 침체에 있을 확률을 무려 71%로 계산했습니다. 이는 NBER(전미경제연구소)의 공식적인 발표와는 상반되는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역시 미국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들이 이미 침체 상태에 있거나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식 지표와 이 같은 분석이 다를 수 있을까요? 문제는 성장의 불균형에 있습니다.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동력이 특정 산업과 지역에 극도로 편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두 기둥은 바로 AI 투자 붐과 헬스케어 산업입니다.
먼저, AI 투자 붐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 등 소수 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세 지역은 미국 전체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AI 관련 지출이 집중되는 곳입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만약 AI 관련 지출을 제외한다면 미국 경제 성장률은 실제 기록의 절반 수준인 0.6%로 뚝 떨어집니다. 이는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과 관련 산업이 전체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둘째, 고용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늘어난 59만 8천 개의 일자리 중 무려 86%에 해당하는 51만 5천 개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창출되었습니다. 이는 헬스케어 산업이 아니었다면 미국 고용 시장은 사실상 정체 상태였음을 의미합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부활시키고자 했던 제조업, 농업, 건설업 등은 오히려 침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과거 미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중서부의 '러스트벨트' 지역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소득과 소비 패턴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K자형' 경제 회복이 바로 그것입니다.
고소득층은 AI 붐에 따른 기술주 상승과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인해 자산이 크게 불어났습니다. 이들은 증가한 부를 바탕으로 소비를 늘리고 있습니다. 반면, 저소득층은 높아진 물가와 급격하게 오른 금리 때문에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소비 패턴의 극명한 양극화는 미국 경제의 내부적 균열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입니다.
FT의 분석은 미국 경제가 겉으로 보이는 강한 성장세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소수의 산업과 지역, 그리고 고소득층이 주도하는 성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뒤에는 대다수 국민의 고통과 침체된 전통 산업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미국 경제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