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협상’은 상대방의 이익도 고려해줘야 성립할 수 있다, 일방적인 협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쌍방의 이익을 따지면서 조정해야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
국가 간의 거래라고 다를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는 국력이 열세이면서도 일부 영토를 빼앗긴 상태에서의 휴전 협상에 저항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협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관세 협상’이다. 상대국의 이익 따위는 배제된 일방적 협상을 강요하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 대한 ‘원금’을 회수할 때까지는 수익을 절반씩 나누지만, 그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일본은 그 투자자금을 미국이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도록 하고 있다. 입금이 수틀리면 미국은 관세를 다시 인상한다고도 했다. 일본의 언론이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는 사설을 게재했을 정도라고 했다.
미국은 이런 협상을 ‘영원한 우방’인 우리에게도 압박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3500억 달러의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율을 25%로 다시 높이겠다며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90%’의 논리가 뭔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앞두고 ‘연합국’ 지도자들이 모스크바에서 모이고 있었다. 독일의 패배가 확실해진 만큼 전후에 차지할 ‘전리품’을 나누기 위한 회동이었다.
협상 결과, 루마니아에 대해서는 옛소련이 90%, 영국과 미국은 두 나라 합쳐서 10%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했다. 반면 그리스는 영국과 미국이 90%, 옛소련은 10%만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90%는 사실상 100%를 의미했다. ‘외교적’인 완곡한 표현일 뿐이었다.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였다.
이번 협상도 다를 것 없다. 미국은 수익의 90%라고 했지만 사실상 모조리 차지할 생각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딘 베이커라는 미국의 경제학자가 ‘백지수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꼬집고 있었다. 3500억 달러의 20분의 1만 써도 관세율 인상에 따른 한국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관세율 인상에 따른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125억 달러밖에 되지 않을 텐데도 미국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3500억 달러는 125억 달러의 무려 28배다.
국가 간의 ‘신용장(Letter of Credit. L/C) 거래’도 제국주의 논리를 반영하고 있다.
신용장에는 상품의 품명과 수량, 단가 등 가격과 함께 ‘대금 결제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취소 불가능한(irrevocable) 조건’이다.
그 ‘결제조건’에는 상품을 인수하자마자 대금을 내주는 ‘즉시(at sight) 결제’ 외에도 ‘90일, 180일, 270일’ 후에 치르는 방식도 포함되고 있다.
유럽의 상선이 리버풀을 출항, 케이프타운에서 상품을 부리고 금과 다이아몬드를 싣고 돌아오면 90일이 걸렸다. 거기에서 노예를 채우고 미국에 다녀오면 180일이 소요되었다. 희망봉을 돌아서 인도까지 갔다가 오는 길에 노예를 미국에 팔고, 아바나에서 담배를 사서 싣고 오면 270일이었다. 이를 고려한 ‘결제조건’이었다. ‘노예무역’, ‘약탈무역’의 유물이 신용장의 ‘결제조건’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