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땀과 트럼프의 장사, 반도체 패권의 민낯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적은 땀과 투지, 인내와 희생에서 비롯됐다. 1970~90년대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의 흙수저 엔지니어들은 낮에는 일본 기술로 돌아가는 라인을 밤마다 몰래 분해하고 설계도를 그리며 독자 기술을 키웠다. 우수 인재가 전자·기계공학에 몰려 제조업의 중추를 키웠고, 그 결과 오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쌍끌이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수십 년간 대한민국이 온 국민의 땀과 전문성, 희생으로 쌓아올린 제조업 역량을, 이제 미국은 힘과 시장 논리를 앞세워 손쉽게 가져가려 한다.
트럼프정부의는 H-1B 비자 수수료를 100배나 인상했다. 이제 한국의 젊은 엔지니어가 미국 공장 건설에 참여하려면 수천만 원, 많게는 억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뿐인가. 미국은 반도체법(CHIPS법)을 내세워 한국 기업에 공장 설립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기술 정보 제출, 이익 공유, 중국 내 생산 제한 등 치명적 독소조항을 강요하고 있다
첨단 시설 건설엔 투자세 공제를 유혹하지만, 사실상 기술 종속과 시장 예속을 조건으로 내건 셈이다.
미국 내 대기업은 외국 엔지니어들과 현장 한국인의 노력을 당연시하면서, 막상 이익 설명이 필요할 때면 규제와 비용 장벽을 세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비자 장사까지 직접 개시했다는 최근 상황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과 인력의 숨결이 없었다면, 미국이 과연 세계 반도체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트럼프가 번다’는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보루’라던 나라가 지금은 기득권 장벽 뒤에 숨어, 동맹의 당위까지 시장 논리로 포장한다.
트럼프의 거칠고 이기적인 ‘아메리카 퍼스트’는 한때 자유·연대·세계 리딩을 외치던 미국을 날것의 국제 깡패로 전락시킨다. 배신감과 분노를 넘어, 이제 대한민국은 스스로를 지키는 투지, 원천기술과 공급망 자립을 반드시 쌓아야 한다. 재주 부린 ‘곰’에게도 당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