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 단축 운영에 생명줄 끊긴 시골 노인들…야간 응급공백, 군민 불안 극심

해가 떨어진 저녁 10시, 전남 진도군 진도한국병원 응급실 앞은 어두운 정적만이 감돈다. 평일 낮에는 간간이 외래 환자와 구급차가 오가지만, 밤이 되면 자동문은 굳게 닫히고 “본 응급실은 22시 이후 운영하지 않습니다”라는 팻말만이 불안을 알린다. 진도군 인구의 절반가량이 65세 이상. 자식들은 뿔뿔이 떠나고, 시골마을엔 노인들만 남아 있다. 이들에게 24시간 응급실은 단순한 편의가 아닌, 위급상황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다.
진도한국병원은 9월 초부터 주기적으로 밤 10시 이후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의사 구인난 때문이다. 병원은 “전공의 복귀, 공중보건의 혼자 남아 지속적 교대근무가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문이 닫힌 밤, 취객의 낙상, 돌연 복통, 심한 호흡곤란 등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마을 사람들은 속수무책이다. 밤 10시 넘어서 문제가 생기면, 목포·해남 등 먼 도시에 있는 응급실까지 1~2시간 이동해야 한다.
“밤에 급하게 가야 해서 병원 찾았더니 불 꺼져 있었어요. 목포까지 택시타고 가니 돈도 많이 들고, 혹시 길에서 잘못되면 어쩌나 공포였습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군청 자유게시판에는 “공중보건의가 없으면 민간병원이 돌아가지 않느냐”, “6억원 예산 받고 응급실을 닫는 것이 말이 되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은 연간 6억 원 가까운 국·군비를 지원받아 의사 인건비 등으로 사용하지만, 응급실 문을 닫은 현실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한편 진도군은 “의사 구인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주민 사이에서는 “변명만 되풀이하고 대책은 없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실제로, 추가 응급실 설치가 군의회 소수 의원 반대로 무산된 사실이 알려지며 주민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제일 취약한 노인부터 죽으라는 거냐”는 원성이 군의회 앞에서 터진다. 최근에는 시골 응급실이라도 여건과 보수가 나쁘지 않으면 의사 구인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현직 의사의 견해까지 나오며 병원·지자체·의회의 무책임이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밤이 깊어질수록, 진도의 어르신들은 응급실 불이 꺼져 있을까 불안에 잠 못 이룬다. 한시적으로라도 다시 “24시간 불 밝힌 응급실”을 되찾는 것이, 이 마을의 가장 절박한 소망이 됐다. 녹음 속 평온한 시골 저녁, 불 꺼진 응급실 건물만이 이곳 현실을 적막하게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