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클레임] 연암 박지원은 추석 달을 구경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달에도 다른 세계가 있다면, 누군가가 지구를 바라보며 차고 이지러짐을 논하지 않겠는가.”
그 ‘달나라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대한민국 정치판은 ‘윤석열 대통령’인 듯하다고 꼬집고 있었다. 지난해 ‘의료대란’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달나라에 사는 것처럼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대통령”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17개 시·도 응급센터에 비서관을 파견해서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보고받기로 했는데, “이는 그동안 의료대란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달나라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달나라 사람이라면, 연암 박지원의 지적처럼 지구가 차고 이지러지는 것을 미리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좋을 때가 있다면, 나쁠 때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나쁠 때를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 ‘탄핵과 구속’을 보면 그랬을 것 같았다.
‘이지러지는 달’은 ‘삼국사기’에도 나온다.
백제가 멸망하기 전, “백제는 보름달 같고, 신라는 초승달 같다”는 글이 등에 적힌 거북이가 등장한다.
의자왕이 무당에게 그 의미를 해석하라고 했더니, “보름달은 가득 차 있어서 기울어진다는 뜻이며, 초승달은 점점 차서 둥글게 된다는 의미”라고 풀이하고 있었다. 의자왕이 이 말을 경청했더라면, 백제의 멸망을 어쩌면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를 것이다.
송나라 시인 동파 소식(蘇軾)도 ‘이지러진 달’을 읊고 있었다. 추석인 ‘중추절’에 술을 배 터지도록 마시고 ‘만취’한 채 쓴 글이라고 했다. 그 일부분이다.
“…달은 나에게 원한이 없을 텐데, 어째서 이별할 때 이렇게 둥근가(不應有恨 何事長向別時圓)/ 인간에게는 기쁨과 슬픔,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人有悲歡離合)/ 달에는 밝고 어둡고 둥글고 이지러짐이 있구나(月有陰晴圓缺)/ 이러한 일은 자고로 완전하기가 어려운 것이라던데(此事古難全).…”
소동파의 이 ‘장문의 글’을 4글자로 압축한 말이 ‘음청원결(陰晴圓缺)’이다. 달은 밝음과 어두움, 둥글고 이지러짐이 있다는 뜻이다. 인생도 달처럼 변화무쌍해서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민족 명절’이지만, 둥글어야 할 추석 달이 이지러지게 보이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사례 하나를 꼽자면, 400원짜리 초코파이와 650원짜리 커스터드를 가져가서 먹었다는 40대의 경우다. 어떤 물류회사의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40대다.
고작 1050원어치를 ‘도둑질’했다고 재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모든 게 풍성하다는 추석을 맞은 느낌이 어떨 것인지.
돌이켜보면 50대 버스 기사 사건도 있었다. 몇 해 전,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50대 이모씨였다. 이씨는 17년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실수 때문이라고 했다. 담배 한 갑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푼돈’ 2400원이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다. 각박해지는 세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