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설적으로 이진숙은 이재명 정부에 의해 비록 반쪽짜리이지만 '영웅'이 되고 있다. 일명 '이 시대의 반쪽짜리 영웅 이진숙'으로 말이다. 이진숙은 울고 싶은데 진짜 뺨 때려준다며 '땡큐'를 외치며 권력에 핍박받는 선량한 약자 코스프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속 시원하다'고 환호성이다. 자신들 속풀이 하자고 이진숙이라는 인물을 이렇게 '영웅'을 만들어도 되는 것인가? 이런 희극이 없다.
이진숙이 어떤 인물이었나?
국회 청문회에서 '5월 항쟁'을 폄훼하는 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을 '손가락 운동'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 뻔뻔함 앞에서 최소한의 양심도 소명의식도 없는 관료가 만들어 낼 정책들이 어떤 건일까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한국 정치에서는 이런 인물 조차도 양당 체제의 패권 속으로 들어가면 진보와 경쟁하는 건전한 보수로 불리게 된다.
사람들의 삶을 좌우하는 정책 결정에 윤리, 규범, 감정으로 얻어지는 두꺼운 정보는 이제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민주당 - 국힘이라는 지배 권력의 두 축 가운데 하나에 줄 서서 서로를 혐오하는 발언으로 극단적인 갈라치기가 있을 뿐이다. 여기에 사실 확인이나 합리적 토론은 없다. 물론 윤리적 반성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에 이어 채 상병, 이태원 참사가 다시 일어나도 이 사회가 또 그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명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파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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