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와 오픈AI는 삼성·SK에 월 90만 장이라는 초유의 반도체 주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숫자만큼 논란도 뜨겁다. 지금의 반도체 ‘빅딜’은 한국 산업을 한순간 환상과 리스크 사이에 세웠다. 거대한 미래의 약속이 결국 ‘허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AI가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월 90만 장, 연간 1000만 장이라는 주문 규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능력을 모두 합쳐야 겨우 충족되는 수준이다. 업계 내에서는 "이 정도 물량을 한 번에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지적이 나온다. 생산라인 전체를 오픈AI에 몰아줘야 하는 상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LOI(의향서)에서 대부분은 중장기 분산 공급 협상으로 구성되어 있고, 단기간에 실현될 물량은 제한적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 예산 규모는 2029년까지 약 5000억 달러, 우리 돈 70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오픈AI와 엔비디아가 이 모든 투자를 단기적으로 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 엔비디아의 현금성 자산은 567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며, 미국·일본·한국·UAE 등 글로벌 기관과 각국 정부의 공동자금 동원이 필수적이다. 최근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 하락, 무디스와 S&P의 금융 리스크 경고는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 더 큰 경각심을 불러오고 있다. 업계에서 “계약은 화려하지만, 실제 대금 지급과 투자 집행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가와 시장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주문이 상당수"라고 꼬집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의 전면에 나서 있지만, 흥분이나 결제지연‧과잉투자‧공급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