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쪽에선 공사 중지를, 한 쪽에선 공사 재개를 외쳤다. 얼마 전 마포아현 철거민 박준경열사가 자살했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철거민들이라도 사람이고 인권이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 때문이다. 기본적인 상식도 지켜지지 않은 사회에 그는 목숨을 걸고 싸우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울시 공사 중단을 선언하고, 철거민들의 안위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박준경씨는 장례를 치르게 됐다.
반면 다른 한 쪽에선 오히려 공사 재계를 외치고 있다. 영세 조합원들이 다 죽게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마포구청에는 연일 이들의 투쟁집회가 한창이다. 이들의 주장은 적법한 이주 절차를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아현2 임대주택 141채를 철거민들에게 임대하라고 핏대를 세우고 있다. 영세 조합원들 입장에선 '산 사람은 살고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렇게 을(乙)과 을의 싸움이 벌어졌다.
한 쪽에선 사람 죽이는 철거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선 우리도 죽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는 것이다. 철거민과 영세 조합원들의 이견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었다.
이들 싸움에 누군가는 중재를 해야 한다. 강 건너 불구경 했다간 서로 볼썽 사나운 꼴만 당할 수 있다. 서울시와 마포구가 나서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없는 사람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일도 당장 멈춰야 한다. 혹자는 이들의 집회 투쟁을 비웃는다. 하이에나라는 표현까지 했다. 그들은 과연 하이에나일까? 곱씹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