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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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

남편이 출근한 뒤 혜나 엄마는 우선 뜨거운 커피를 스푼으로 빙 돌려 저으며 식탁에 앉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처음엔 혜나 엄마에게 질소냐 하는 투로 맞장구를 쳐대던 극성 엄마들의 열기가 하나 둘 식어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혜나 엄마는 전화기를 집어 들고 우선 경비원 아저씨를 달달 볶았다. 그녀의 출입 상황이며 방문객에 대한 일일 체크가 끝나고 702 호 선희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왜들 여자들이 갑자기 저렇게 요란을 떠는가, 경비 아저씨는 알 수가 없었다. 지나갈 때마다 상냥하고 친절한 그 아가씨가 나무랄데 없이 고마웠고 요즘 젊은 여자 같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였기 때문에 더욱 모를 일이었다.

아니, 고년이 앙큼을 떨고 있는 거라구요! 그 빤빤한 얼굴에 살짝살짝 웃음을 흘리는데 그게 문제라구요. 고년이 꼬리치면 안 넘어갈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같은 여자인 우리가 봐도 반하게 생겼잖아요? 벌써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혜나 아빠도 이러더라구요.‘ 11층에 이사온 아가씨 친절하고 미인이더군!’

그래서, 고년이 당신한테도 꼬릴쳐요! 나한테 걸리기만 해봐라! 얼굴을 박박 할퀴어 놓고 말테니까! 하고 엄포를 놓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냥 놔둬서는 안될것 같아요

혜나 엄마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렇다고 가만있는 그녀를 어떻게 할 방법이 있느냐구? 각자 자기 남편 단속이나 열심히 할 수밖에!

선희 엄마의 목소리에도 맥이 빠져 있었다.

웬지 모르지만 요즘 우리동 여자들은 갑자기 바빠지고 요란스러워 졌다고나 할까. 일주일에 한두 번 가는둥 마는둥 하던 미장원엘 뻔질나게 다닌달지, 사우나다 맛사지다 헬스크럽이다 하며 군살 빼기에 흠뻑 흠뻑 땀을 쏟는가 하면, 유명백화점 브랜드의 화려한 옷이나 여성잡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일류 디자이너 의상실을 찾는 발걸음도 잦았다.

미스 XX화장품이긴 했지만 미스 코리아 출신이랍시고 꽤나 목에 힘주던 혜나 엄마의 요즘 심사가 도통 말이 아니었다.

이렇게 야단스럽고 발광을 떨어대는 아파트 여인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그녀는 별 감각의 표현이 없었다. 그런 그녀의 초연한 모습에 아파트의 맹렬여성들은 더욱 울화가 치밀고 약이 올랐다. 그렇다고 뭐! 그녀가 패션모델 처럼 차리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얀 브라우스에 약간 짧긴 하지만 스커트 차림의 단정해 보이는, 보통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대생 차림에 아주 엷게 화장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굳이 흠을 잡는다면 하얀 브라우스를 통해 속살이 비쳐 보이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브래지어를 안 한 것도 아니어서 그녀를 곱게보지 않는 여자들도 가끔은 그렇게 하고 다니긴 마찬가지니 사람 미치고 펄떡 뛸 일이었다.

초가을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기이한 현상이 이아파트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녀가 드디어 이아파트의 남자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만 것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허구헌날 술타령에 12시를 퇴근 시간으로 알던 남자들이 하나 둘 일찍 귀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도 신기해서 605호 엄마가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 웬일이야?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 일찍 들어와도 바가지, 늦게 오면 늦다고 바가지, 도대체 여자들이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군!”

2편끝. 3편에서 계속~.

▶양동일 작가소개(프로필 순천중고 졸업, 한국외대 영어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졸업, 재미 문인협회 회원, 현)재미꽁뜨작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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