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정아가 여고를 졸업하던 날 그는 장미 한 송이를 부끄러운 듯 내밀며 축하해주었고, 그가 대학을 졸업하던 날 정아는 예쁜 넥타이와 핀을 선물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둘은 인천의 겨울 바다를 내려다보며 많은 이야길 나누었다. 그는 가정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해봄 대학원에 진학을 하고 군에 입대를 했다. 그가 군에 있는 3년 동안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는 라면박스로 하나쯤은 되었으리라. 정아가 4학년 봄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원에 복학을 했다. 어느 날 그들은 조용한 카페에 마주앉아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빠!”

정아는 그를 오빠라 불렀다. 오빠가 없는 정아는 오빠처럼 느껴왔기 때문이다. 아니, 그에게 가까이 하기엔 그렇게 부르는 게 자연스럽고 손쉬웠기 때문이란 게 옳은지도 몰랐다.

오늘 부턴 준호씨! 하고 부르고 싶어요.”

말하고 나서 정아는 얼굴을 붉혔고, 준호는 정아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정아야! 난 네 맘 알아. 그리고 나도 널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내가 군에 있는 동안 네가 없었다면, 난 견디지 못했을 거야! 허지만 난 너를 내 곁에 붙잡아 둘 수가 없어!”

준호는 담배에 불을 붙여 물고 말없이 깊게 빨고는 푸-하고 허공을 향해 품어댔다.

난 요즘 정아를 염두에 둔 내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 봤어, 가정을 이루고 나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나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나의 삶이 양립될 수 없음을 알게 된 거야!”

이해 할 수가 없어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게 삶의 목표가 아닐까요?”

결국은 불행해 질수밖에 없는 뻔한 결과를 알면서 그 길을 갈수는 없지 않겠어? 정아는 생활인을 반려자로 택해야 해! 난 늘 정아 곁에서 정아의 행복한 가정과 그 속에서의 정아 모습을 지켜보며 살아갈 결심이야! 날 이해해줘!”

그는 정아의 손을 꼭 쥐며 마음속의 갈등을 참아 내고 있었다.

그가 파리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것은 지난 늦가을 이었다. 정아는 그동안 결혼을 했고, 남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우연히 뒤적이던 신문에서 그의 귀국 전시회에 대한 기사를 본 것이다. 정아가 화장을 하고 옷을 골라 입기까진 꽤나긴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마음이 들떠 허둥대는 자신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 그녀는 택시에서 내려 인사동 화랑 근처 꽃집에 들려 커다란 화분의 배달을 부탁했다. 그리고 꽃이 배달되는 시간까지 찻집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2편 끝. 3편에서 계속~.

▶양동일 작가소개(프로필 순천중고 졸업, 한국외대 영어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졸업, 재미 문인협회 회원, 현)재미꽁뜨작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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