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의 노을이 붉게 타오르는 토요일 오후 우리 셋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타모니카의 한 카페 창가에 마주하고 앉았다. 빨갛게 물든 하늘과 구름과 바다가 한폭의 풍경화 처럼 아름다워 도려내 액자에 담아가고 싶었다.

둥근 탁자위에 놓인 칵테일 잔을 홀짝이며 산부인과 의사인 닥터 강이 시인인 석 여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의 어투는 투박하여 정서적 분위기하고는 거리가 먼듯한 느낌을 주었다. 본래 타고난 기질에다 오랜 직업적 습성 때문인 듯 했다.

" 시는 왜 씁니까? 밥이 나옵니까? 돈이 나옵니까?“

,, 우문에 현답을 해야겠군요. 산이 있으니 오른단 말도 못 들었어요? 닥터 강은!”

역시 석 여사는 시를 쓸 수밖에 없군요.”

그럼 닥터 강은 왜 산부인과 의사가 된 거죠?”

글 세요.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라 할까요? 지독하게 못 생긴 내가 예쁜 여자들을 ,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내 끼를 자극했죠! 머리는 좀 있었으니까!”

그렇게 불순한 마음가짐으로 의사가 됐으니 결국 돌팔이 신세를 못 면하지!”

닥터 강의 완패로군! 석 여사에게 어떻게 당해 내겠다고 시빌 걸어요!”

나는 오늘의 화제는 재미있겠는 걸, 하는 느낌이 들어 슬슬 바람을 잡아 나갔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만나는 우리의 만남은 특별한 목적이 없어 자유스럽다고 할까! 각기 다른 분야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삶의 청량제로 잠시의 휴식이 필요한데 그 휴식의 방법으로 의기투합한 모임인 셈이다. 의기투합이라 해서 뭔가 커다란 음모라도 꾸미려는 게 아니고 그저 부담 없이 한담을 나누며 심신의 피로도 풀어가며 재미있게 시간을 죽이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는 뜻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기막히게 잘 어울리는 구성원인 셈이다.

내가 너무 솔직했나? 허지만 마냥 실패만은 아니었죠! 더러는 성공한 사례도 있으니까!”

닥터 강은 조금은 억울하다는 듯 항변을 하고 나섰다.

닥터 강은 언제나 성공뿐인 배팅이 아닌가요? 어쩌다 호기심과 거리가 먼 경우라도 비싼 댓가를 받을 테니까!”

석 여사는 비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하고 나서, 몸을 뒤로 제 끼며 칵테일 잔에 담겨있는 스트로우를 입안에 물고 한 모금을 길게 빨아들였다.

1편 끝. 2편에서 계속

▶양동일 작가소개(프로필 순천중고 졸업, 한국외대 영어과 졸업,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졸업, 재미 문인협회 회원, 현)재미꽁뜨작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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