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에 이어~

갑자기 무엇인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가슴속에서 들려왔고, 그 소리에 화가 치밀었다. 그것은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다른 여선생님들도, 우리 엄마도 똥을 싼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음악선생님이 똥을 싼다는 데에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똥 덩어리를 겨냥해 오줌을 깔겼다. 그러나 무너지다만 똥 덩어리 속에서 콩나물 대가리는 유난스레 노오랗게 빛났고 그때 오줌 줄기는 스르르 끝나 버렸다.

여성에 대한 경외심의 상실이라! 이제 그거한번 들어 볼까?"

석 여사와 나는 위스키잔을 들어 한 모금을 홀짝 마시고는 흑인처럼 튀어나온 닥터 강의 두툼한 두 입술을 응시했다. 닥터 강은 마치 주검까지 가지고 가려고 마음먹은 비밀이라도 되는 것 처럼 기도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독하게 짝사랑하던 여인이 있었지요. 말 한번 붙여보기도 힘들어 전전긍긍하며 젊은 시절을 온통 바쳐버렸는데, 어쩌면 그녀에 대한 보복 심리가 엉뚱하게 나를 산부인과 의사로 만들어 버렸는지 모릅니다.”

그녀에게 감사해야 되겠네요! 아니었으면 닥터 강 지금쯤 무엇이 되어있을까! 걱정될 뻔 했네! ,, 모르긴 해도 아마!”

아마! 국회의원쯤 되었겠지요..”

꿈도 야무지시네!”

그래서,,,계속 하시지요!”

그는 저 멀리 수평선 쪽으로 시선을 주며 기억을 더듬듯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 해나갔다.

찾아온 환자와 대면을 하고보니 옛날의 그녀와 닮았다 생각했는데 그녀도 당황해 얼굴을 붉히는 것이었어요. 설마 그녀라 상상을 못했으니까요. 그녀는 이미 체면쯤 접어둘 수 밖에 없을 만큼 절박한 상황 이었나 봅니다.

아무래도 임신인것 같아요. 그 사람의 아이를 낳아서는 안 돼요! 낙태를 시켜주세요!’

그녀의 애원을 들으며, 스스로 돌팔이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택해 버린 셈이죠. 동시에 여자에 대한 경외심 마져 사라져 버렸죠.“

닥터 강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채 오래오래 술잔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끝.

▶양동일 작가소개(프로필 순천중고 졸업, 한국외대 영어과 졸업,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졸업, 재미 문인협회 회원, 현)재미꽁뜨작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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