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평소에 직원들에게 은행의 경쟁상대가 다른 금융회사가 아니라 Naver나 Kakao 같은 빅테크 회사라는 말을 종종 해 왔습니다. 현재대로 하면 수년간은 좋은 은행에 다니겠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수십년간 좋은 은행을 후배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말도 자주 합니다. 손님의 관점에서 은행도 변해야 합니다." 이는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자사 디지털자산관리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처럼 현업에서 가장 긴장하는 경쟁상대는 동종업체가 아닌 빅테크 업체다. 앞으로 아주 빠르게 은행의 자리를 이 빅테크 업체들이 대신할 수도 있어서다. 카카오뱅크 등 빅테크 업체들의 자회사들이 빠르게 온라인 은행업에 진출하고 있고, 이미 그 안에서 아주 빠르게 자리매김도 하고 있다. 은행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은행도 쉼없이 변화해야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고객들이 사용하는 IT기술이 접목된 플랫폼들이 꾸준히 나온다. 은행들은 그 안에서 중심 역할을 했지만, 은행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하는 고객들을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은 도태될 수 있다. 박성호 은행장이 미래에 대해 다소 불안한 예측을 한 이유일 것이다. 약간의 불안감은 체질을 개선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을 하기도 한다. 특히 금융권의 빠른 변화는 동종업체 간 다양한 협업도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채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펀드 비대면 채널에 대한 금융회사의 투자는 계속 증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자산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 빅테크 기업에서 촉발된 비대면 금융 서비스는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해진 2016년 이후 은행, 증권사를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됐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까지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모색하고 있는 형국이다.
2020년부터 에셋플러스·메리츠·삼성자산운용 등 코스콤과 협업하거나, BNK·한화·미래에셋자산운용과 같이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자산운용사가 펀드 직접판매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독점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형 판매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증권과 제휴하는 사례도 있으며, 카카오페이증권에서 공모펀드에 가입한 신규 계좌 수는 2위인 미래에셋증권 보다 2배 이상 많은 독보적인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또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MZ세대가 온라인 전용 공모펀드의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주 관심사다.
이들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의 창구직원이나 PB가 추천하는 상품을 수동적으로 가입하는 대신 투자 시점, 상품, 회수 시점 등을 직접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면에서 온라인 펀드는 낮은 수수료 및 레버리지 펀드 등 온라인에서 실시간 대응이 용이한 상품도 다수 거래 가능하여 스마트개미에 매력적 요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보고서는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조되면서 대면 채널에서 상품 가입절차가 강화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지고 있는 추세도 소비자의 온라인 선호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