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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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머슴에게 너그럽게 대해줬다. ‘머슴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할 일을 조목조목 나열하되 가급적이면 편하도록 해줬다. 마당 쓸고, 밥 짓고, 밭일을 하더라도 춘하추동으로 나누어서 하도록 했다. 하루아침에 모두 해치우도록 혹사하지 않았다.

배고프면 술이나 떡도 마음대로 먹도록 허락했다. 취해서 자빠지지 않을 정도로만 먹으라고 충고했을 뿐이다. 심부름을 시켜도 힘들지 않도록 10리, 5리 정도의 가까운 거리만 다니도록 했다.

머슴은 고마워서 머리를 ‘방아 찧듯’ 찧으며 연거푸 절을 했다. 만약에 일을 게으르게 하면 곤장을 쳐달라고 자청하기도 했다. 머슴은 일을 잘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머슴의 행동은 말을 따르지 못했다.

머슴은 아침을 먹고 제멋대로 나가서 저녁밥 먹을 때나 되어서야 돌아왔다. 저자거리를 싸돌아다니며 술을 질탕하게 마시고 나무그늘에서 코를 골았다. 핑계와 거짓말만 일삼았다. 타일렀지만 들을 때뿐이었다.

나는 참다못해 머슴을 불러 세워놓고 꾸짖었다.

“정승과 판서가 하는 일 없이 월급만 도둑질한다면 쫓아내서 백성을 위로해주지 않을 수 없다. 고을을 다스리는 사또가 양민을 등치는 자들을 뿌리 뽑지 못하고, 재물에 눈이 어두워 임금의 걱정을 덜어주지 못한다면 파면시켜서 백성의 피와 땀을 더 이상 짜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네놈은 한갓 부엌데기 머슴이 아니냐. 네가 받은 새경을 돌려보내고 외람되이 먹는 일이 없도록 하라.”

쫓겨나게 된 머슴은 눈물과 콧물을 ‘가을 소나기처럼’ 흘렸다.

다산 정약용의 ‘출동문(黜僮文)’이라는 글에 나오는 얘기다. ‘출동문’은 머슴을 쫓아내는 이유를 적은 글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유세에서 말했다.

“대통령은 국민이 시킨 일을 하는 머슴이다. 국민이 맡긴 권한과 예산을 대신 집행하는 사람이지 지배자가 아니다.”

윤석열 대선 후보도 유세에서 밝혔다.

“오만한 머슴을 갈아치워 달라. 제대로 머슴 노릇하면서 국민 여러분을 잘 모시겠다.”

유권자들은 이 ‘머슴 후보자’ 가운데 윤 후보에게 ‘5년 계약’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윤 후보는 ‘윤 당선인’이 되었다.

국민이 새 머슴을 선택한 이유는 게으르지 않고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몸이 부서지도록 열심히 일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머슴이 그동안 여럿이었다. 일을 팽개치고 싸움질이나 일삼은 머슴이 특히 그랬다. 어떤 머슴은 자기 능력이 뛰어나서 ‘머슴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귀(耳)’를 활짝 열겠다고 하면서도 소통은커녕, 먹통이 되기도 했다. ‘용(龍)’ ‘귀(耳)’를 막는 바람에 ‘귀먹을 롱(聾)’이 된 것이다. 국민은 이번에 선택된 ‘윤 머슴’은 머슴다운 머슴이 되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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