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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許生傳)’을 보자.

허생의 집은 남산 밑 묵적동에 있는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다. 아내의 삯바느질로 입에 풀칠을 할 정도로 가난하다. 그런데도 ‘선비’인 허생은 하루 종일 글만 읽고 있다.

허생의 아내가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해서 눈물을 흘리며 투덜거리고 있다.

“당신은 한평생 과거도 보러 가지 않으면서 글만 읽으면 그만이야?”

허생은 껄껄 웃으며 태연하게 대답하고 있다.

“내 글이 아직 서툴러서 그래.”

아내가 허생에게 바가지를 긁는다.

“그렇다면 공장이 노릇이라도 해야지.”

허생은 그래도 간단하게 넘어가고 있다.

“내가 평소에 공장이 일을 배우지 못했는데 어쩌라고(工未素學奈何).”

아내가 한심하다는 듯 또 짜증을 낸다.

“그러면 장사라도 할 것이지.”

허생은 여전히 쉬운 대답이다.

“장사를 하려고 해도 밑천이 없으니 어쩌나(商無本錢奈何).”

아내가 마침내 폭발하고 있다.

“밤낮 없이 글만 읽고 배운 것이 ‘어쩌나’ 뿐이네(只學奈何). 공장이도 못한다, 장사도 못한다, 그럼 도둑질은 어때?”

‘허생전’은 이렇게 첫 대목부터 ‘어쩌나’를 연발하고 있다. 선비들의 무기력함을 꼬집은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어쩌나’가 쏟아지고 있다.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의 ‘어쩌나’다.

국민의힘 연찬회에서는 작가 이지성의 ‘아름다운 4인방’ 발언 때문에 ‘어쩌나’다. 이 작가의 발언이 연찬회의 ‘쇄신’을 덮어버리고 있었다. 당사자인 배현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은 발끈했고, 이 작가의 아내 차유람 씨는 사과를 하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꼰대 정당”이라고 공격하고 있었다.

‘술 없는 연찬회’가 끝난 다음에는 ‘술자리’ 때문에 또 ‘어쩌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술병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는 보도다. 멀리까지 와서 취재를 한 기자단을 위한 술자리였다는 해명이다.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인 ‘건희사랑’에서는 기밀 사항인 윤석열 대통령의 일정이 유출되면서 ‘어쩌나’다. 대통령 관저 공사가 구설수에 오르면서 ‘어쩌나’였는데, 또 ‘어쩌나’다. 대통령실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었다.

김성원 의원의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 ‘망언’은 벌써 ‘어쩌나’다.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참담하다”고 고개를 숙였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또 ‘어쩌나’ 악재를 맞고 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로 ‘어쩌나’다. 그러니, ‘연거푸 어쩌나’가 아닐 수 없다.

정치판에 별 관심 없는 서민들은 ‘추석물가’ 때문에 ‘어쩌나’다. 한국물가정보가 조사한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작년 추석 때보다 9.7%나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 6.3%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서 나오는 게 한숨이다. 물가당국은 물가 잡기가 힘들어서 ‘어쩌나’다.

‘허생전’에서 허생은 "도둑질이라도 하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열을 받는다. 벌떡 일어나서 뛰쳐나가더니 ‘대부업자’ 변씨에게 1만 냥을 빌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서민들은 돈을 빌리기도 껄끄럽다. 1년 사이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0.5%에서 2.5%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출금리도 따라서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자그마치 27조 원이나 늘어날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른바 ‘영끌’로 어렵게 집을 마련한 서민들은 집값이 어수선해지면서 나오는 게 ‘어쩌나’다. 이자 부담은 늘어나는데, 집값은 내리막인 것이다.

집값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1년 동안의 집값 전망을 물었더니, 61%가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이었다.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14%에 불과했다. 19%는 “변화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어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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