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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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정부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많이 올리고 가정용은 덜 올렸다고 했다. 서민 부담을 고려했다는 얘기였을 것이다.

실제 가정용 전기요금은 잔여인상분 4.9원을 포함, kWh당 7.4원 인상했다고 밝혔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전기요금이 한 달에 2270원밖에 더 들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소 7원, 최대 11.7원 인상했다. 잔여인상분을 합치면 11.9∼16.6원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들의 제품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서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더 있다. 지하철은 전기를 먹고 움직이고 있다. 지하철요금이 오를 경우, 곧바로 서민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을 수 있다. 기업들의 경쟁력 추락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에너지가격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훨씬 싸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전기요금이 독일의 2분의 1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올라야 한다고 밝혔다는 소식이다.

그렇지만, 이를 뒤집어서 따지면 값싼 전기요금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값싼 전기요금 덕분에 가격경쟁력에서 우월했다는 것이다. 외국의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에도 유리했다. 그런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적자’ 때문에 계속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에너지가격을 ‘현실화’라고 했다.

전기요금이 이같이 ‘현실화’되면, 기업들은 값싼 전기요금이라는 ‘메리트’를 상실하게 될 수밖에 없다. 가격경쟁력 우위를 잃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온 반도체 등은 전력 소모가 많은 업종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지출한 전기요금이 1조7461억 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8670억 원이나 되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삼성전자는 최대 2154억 원, SK하이닉스는 1177억 원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반도체 이외에도 철강, 자동차, 정유,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체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 업종의 국제경쟁력은 여기에 반비례하게 될 것이다.

해외에 나갔던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에도 ‘악재’일 수 있다. 가뜩이나 규제가 많은데 전기요금이라는 메리트마저 없어지면 돌아올 마음을 아예 접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이다. 판매부진에 따라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투자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대기업마저 이미 투자 계획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역수지는 6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무역수지 악화는 경상수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상수지가 나빠지면 국가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

전경련은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논평을 내고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상의도 지속가능경영원장 명의 논평에서 “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더해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에 매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뿌리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하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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